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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리 듣자” 구청장들 주민속으로

입력 | 2018-07-17 03:00:00

업무보고로 새 임기 시작 관례 깨고 지역 돌며 주민들 다양한 의견 수렴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왼쪽 사진)이 12일 신월5동 주민센터에서 연 비전 보고회에서 구정 운영 방향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13일 송파1동 주민들을 직접 만나 건의사항을 들었다. 민선 7기를 맞은 서울의 자치구청장들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현장 행정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 양천구·송파구 제공

“석촌호수 공원에 화장실이 너무 부족합니다. 노상방뇨 하는 사람도 많이 봤어요.”

13일 서울 송파구 송파1동 주민센터에서 박성수 송파구청장을 만난 도재달 송파1동 호수경로당 회장은 호수 공원 내에 화장실 설치가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이날은 박 구청장이 송파1동 주민 10여 명과 대화하는 자리였다. 박 구청장은 10일부터 송파구 내 26개 동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갖고 있다.

박 구청장은 도 씨의 얘기를 들은 후 즉석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석촌호수 공원 화장실은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송파구민에게는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송파구는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등 잠실역 인근에 있는 이른바 ‘롯데타운’과 석촌호수를 기반으로 관광 메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화장실 확충은 관광 인프라 개선과 직결되는 일.

이날 간담회에서는 화장실 확충 외에도 호수 인근 점포 임대료가 많이 상승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주민은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호수 인근에 송리단길(송파구+경리단길)을 조성했지만 솔직히 밥 먹고 차 마시는 거 말고 할 게 별로 없다. 길거리 공연 같은 문화 콘텐츠를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 구청장은 “사소한 문제부터 장기적인 정책까지 현장에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간담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처럼 민선 7기 임기를 시작하며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구청장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구청장이 취임하면 과별로 업무 보고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주민 목소리를 듣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직접 듣는 게 구청장이 업무 파악을 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16일부터 5일간 16개 동을 돌며 주민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9일부터 23일까지 18개 동을 돌며 구정 운영 방향을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예스 양천 비전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12일 양천구 신월5동 주민센터에서 개최한 보고회에서 “목동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신월동 지역에 지하철 개통과 문화상업복합시설 건립을 위해 서울시, 인천시 등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 이럴 때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을 대면하는 자리에서는 종종 무리한 부탁이 나오기도 한다. 송파구청장 간담회 자리에서는 석촌호수에 다리를 놓아 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이는 기존에 롯데그룹과 송파구가 호수 중앙에 설치를 추진 중인 대형 분수 설치와 배치된다.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박 구청장은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고 그걸 구청장이 듣고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