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회지 ‘유추적 문제해결’ 소개 약한 방사선으로 종양제거법, 지뢰밭속 요새 점령에서 힌트 여러방향서 동시에 쏘면 해결… 유추, 파괴적 영감 주는데 도움
1980년 미시간대 연구진이 미국 인지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유추적 문제 해결’이란 논문에 따르면 위 문제를 듣고 바로 답을 내는 사람은 10% 정도다. 하지만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답률이 확 올라간다. 한 장군이 적군의 요새를 점령하려 한다. 이 요새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길목마다 지뢰가 매설돼 있다. 이 지뢰들은 소규모 병력엔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규모 병력으로는 요새를 함락시킬 수 없다. 해답은? 병력을 여러 갈래의 길로 나누어 투입해 일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종양 문제를 묻기 전에 장군의 요새 공격 이야기를 미리 읽게 했더니 종양 문제의 정답자 비율이 10%에서 30%로 증가했다. 또 요새 공격 이야기가 종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면 정답자 비율이 92%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종양 문제의 답은? 요새를 공격할 때처럼, 낮은 강도의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종양을 향해 쏘는 것이다.
유추에는 크게 기능 유추와 운영 시스템 유추, 이미지 유추가 있다. 기능 유추의 대표적 예는 회전초밥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겐로쿠(元綠)라는 작은 생선초밥 가게를 운영하던 히로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가 1947년 아사히 맥주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시스템이다. 운영 시스템 유추의 예로는 일본의 유니클로가 있다.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미국 대학의 생활협동조합 매장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유니클로를 세웠다. 문구류와 의류 등을 창고처럼 쌓아놓고 물건을 파는 시스템을 보고 ‘저렴한 캐주얼웨어를 부담 없이 셀프서비스로 파는 가게’라는 사업 콘셉트를 세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유추의 대표적 예로는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 병따개 안나 G가 있다. 멘디니의 연인 안나 질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유추는 신선하면서도 파괴적인 영감을 주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방식이다. 어떤 문제를 풀다가 벽에 막혔을 때 혹은 신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유추적 문제해결법을 동원해보면 어떨까.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qrk@skku.edu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