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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브랜드 내세워 세계 12개국 시장 개척

입력 | 2018-07-18 03:00:00

공작기계-정밀부품 제작, 대성하이텍 최우각 회장




대성하이텍 최우각 회장이 16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공장 내부에서 자사의 정밀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성하이텍은 수출이 매출 비중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강소기업이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6일 대구 달성군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공작기계 및 정밀부품 강소기업 대성하이텍 본사에서 만난 최우각 회장(63)이 건네준 명함은 조금 특이했다. 한문으로 쓴 최 회장 이름 밑에 일본 문자 가타카나로 일본어 발음이 병기돼 있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일본에 다녀오는데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 그의 명함은 대성하이텍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훈장으로 불린다. 최 회장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품질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 개척을 목표로 정했다. 학연 지연 등으로 얽히고설킨 국내에서보다 실력만 있으면 수요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

숱한 노력 끝에 회사 설립 2년 만인 1997년 마침내 3000만 원어치, 50여 종의 부품 납품 계약을 따냈다. 첫발은 순탄치 않았다. 부품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문제로 제품의 50%가 불량품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익 내기가 어렵다며 반발하는 직원들을 달래가며 고객사의 요구를 완벽히 맞췄다. 이런 노력은 신뢰로 이어졌고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대성하이텍이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건 2014년 1월 70년 전통의 일본 공작기계 전문회사인 노무라VTC 인수가 계기가 됐다. 한때 자동선반 시장에서 세계를 호령했던 노무라를 한국의 납품 업체가 인수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것. 1년여 동안 공을 들여 거래를 튼 이후 2년 6개월간 납품하면서 쌓은 신뢰가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노무라 인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열리는 공작기계전시회에 노무라 브랜드를 앞세우면 수요자들이 달라붙었다. 최 회장은 “이전까지 여러 공작기계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관심 받지 못한 경우가 적잖았다”며 “브랜드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도 노무라의 독립 경영을 보장할 예정이되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을 파견해 전반적인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엔지니어들을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성하이텍에는 아예 74세의 노무라 출신 기술 장인을 상주시켜 기술 지도를 맡겼다.

대성하이텍은 현재 자사 브랜드인 제로인과 노무라를 인수해 출범한 브랜드 노무라DS를 앞세워 일본 미국을 비롯해 12개국 57개 회사에 8000여 정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최 회장은 “앞으로 노무라DS로 브랜드를 통합해 세계 톱 수준으로 키우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823억 원)보다 20% 이상 늘렸다. 최 회장은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과 미국의 경기가 좋아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추가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에 공급한 임플란트 자동선반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고려해 의료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또 3년 전 딜러 6곳과 계약을 체결한 중국 시장에서도 실적이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시 테크니컬센터에서 대성의 제품을 접한 중국 고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최 회장은 업계에서는 전문 기술인으로서 한길을 걸어온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그는 1973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10년간 현장에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28세에 창업했다가 경험 부족 등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하다 95년 직원 3명과 함께 재도전해 오늘의 대성하이텍을 일궈냈다.

그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세태 탓인지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며 “금형 기계 등 뿌리산업 인력은 하루아침에 양성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한 번 전문 기술을 배워 놓으면 노후가 보장되니 끝까지 도전해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