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헬싱키 정상회담에서의 언행은 미국의 외교정책 근간을 흔드는 트럼프식 외교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계속된 오랜 갈등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특히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을 감싸는 모습까지 보여 미국 내에서 거센 반발까지 사고 있다. 앞서 한 방송 인터뷰에선 ‘미국의 최대 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유럽연합(EU)이 미국에 하는 것을 보면 EU가 적이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외교 노선 이탈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에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변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권위주의 통치자들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 그에게 푸틴 대통령은 죽이 잘 맞는 친구일 것이다. 반면 미국과 오랜 대서양 동맹을 맺어온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안보적으로 미국을 갈취하는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물론 개인적 본능에 기초한 트럼프식 즉흥 외교가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나 기존 국제질서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슈퍼파워 미국의 외교 시스템이 대통령 한 사람의 기질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처럼 갈팡질팡 원맨쇼처럼 보이는 트럼프식 외교에 깔려 있는 국익 최우선의 극단적 현실주의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트럼프식 외교관은 동맹관계에 있는 많은 나라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미동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거친 파고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예고된 돌발사태’에 면밀히 대비하면서 흔들림 없이 굳건한 동맹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미 간 다각적인 인적 유대와 긴밀한 정책 공조, 상생의 환경 조성을 통해 동맹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특히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하는 이익 공유의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사태에 대비해 안보 자강(自强)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