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법인 설립요건 강화 병원 임원 지위 매매 금지하고 이사 1명 반드시 의료인 선임해야
보건복지부가 17일 사무장 병원을 뿌리 뽑기 위해 의료법인 설립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료기관을 설립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을 ‘바지(가짜) 사장’으로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우선 의료법인 임원 지위를 매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병원은 의사, 의료법인, 비영리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자신이 의사가 아니라면 의료법인을 세워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의료기관을 설립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지역 주민이 비영리법인인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구성해 지역 내 병원을 자치적으로 설립할 수 있다.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사무장 병원 설립에 악용되고 있다. 이에 기존 의료생협은 복지부의 감독을 받는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으로 전환된다. 복지부는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가 자진 신고하면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면제해 주는 ‘자진신고제’도 추진한다.
정부가 사무장 병원에 칼을 빼든 것은 매년 사무장 병원이 늘고 있는 데다 여기에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를 대부분 환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인 만큼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009∼2017년 적발한 사무장 병원 1273곳에 지급한 진료비 1조8112억8300만 원을 환수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환수한 금액은 7.3%인 1320억49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재산을 은닉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사무장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몰수,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