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저소득층 지원 대책 마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7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대책’은 일자리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한 뒤 오히려 실업자가 늘고 소득 분배가 악화하는 등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나자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이 10.9% 오르는 여파로 다시 ‘일자리 쇼크’가 온다면 임금을 늘려 투자와 소비를 확대한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 ‘일자리 쇼크’ 장기화를 막으려는 정부
이번에 당정이 가장 힘을 쏟은 지원책은 근로장려세제(EITC)다. 이 제도는 일을 많이 할수록 세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일하는데도 가난한 근로자들을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당정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월 20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을 소득별로 인상 폭을 달리하기로 했다. 올 9월에는 당초 계획한 대로 월 25만 원으로 일괄 인상하고 내년에는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고령층에 대해서만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추진된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5년에서 7년이나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사이에 임대인에게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세금으로 해결하나”
노인 일자리를 60만 개로 늘리고, 청년 대상 구직활동지원금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하지만 구직활동지원금 확대는 올 3월 고용노동부에서 이미 발표했고, 노인 일자리 사업도 2022년까지 80만 개를 만든다는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 불과해 재탕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땜질 처방’일 뿐 산업구조 전환, 규제개혁 등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등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한국의 왜곡된 노동시장, 경제 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안정적 일자리에서 밀려나 자영업에 종사하게 된 이들을 또다시 흔드는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장원재·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