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트럼프]트럼프 정상회담 발언, 거센 후폭풍
○ 트럼프 “미국은 어리석었다”
푸틴 대통령도 “선거 과정을 포함한 미국 내정에 러시아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고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소문이 아니라 사실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공모가 있었다는 단 하나의 증거라도 있느냐. 이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바랐느냐’는 질문에 “그(트럼프)는 후보 시절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했고 다른 사람(클린턴)은 다르게 말했는데 우리와 잘해 보겠다는 사람에게 동조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회담 직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 캠프 등에 대한 전산망 해킹 혐의로 12명의 러시아 인사를 기소했다.
○ “반역적 발언” “수치스러운 대통령” 비난 가열
미 정가는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들은 어리석었을 뿐 아니라 푸틴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간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중범죄나 반역 그 이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도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비극적 실수”라고 말하며 “트럼프와 푸틴은 똑같은 각본을 보고 얘기하는 듯했다”고 비꼬았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의 독설에 익숙한 미 언론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선 ‘말을 잃을 지경(stunning)’, ‘입이 딱 벌어질(jaw-dropping) 정도의 충격’ 등의 혹평을 내놨다.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와 기자들까지도 트위터를 통해 “역겹다” “수치스럽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러시아 두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트럼프가 푸틴에게 큰 약점을 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저자세로 일관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푸틴과의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친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더 많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논란으로 행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사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콕 집어서 비난한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책임을 지고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