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너 입고 싶은 대로 입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잘못된 거야.” 그리고 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노브라인데도 잘 다니잖아!” 그랬다. 자매는 각자 다른 이유로 가슴과의 전쟁 중이었다. 올여름 나는 본격적으로 노브라를 실천하고 있다.
브래지어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건 24세 때였다. 흉부를 압박하는 코르셋 없이 24시간 생활하니 해방감이 엄청났다. 이 좋은 걸 동생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다. 잘 때도 브래지어를 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모든 여성의 마음에 강박처럼 있는 것, 브래지어였다.
친구들과 ‘노브라블럼’이라는 본격 노브라 체험 다큐도 찍었건만 여대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겨울이 아닌 여름에 노브라를 시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브라의 대중화에 힘써 준 설리 덕분이다.
지난달, 강남 대로변에서 ‘가슴 해방 시위’가 있었다. 이들이 맨가슴으로 시위에 나선 이유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은 그대로 두고 인권 운동의 일종으로 올린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삭제했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은 채로 운동하는 남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여성들이 그렇게 운동하는 것은 보셨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삭제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했다.
그녀들의 용기 덕분에 나는 이 여름, 좀 더 편하게 노브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생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엔 너 대신 난리쳐 주는 이상한(?) 언니들이 많으니까, 입고 싶은 대로 입어!” 자, 그럼 한번 평소에 못 입던 옷을 입어볼까!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