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런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좋게 보면 눈치코치가 잘 발달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얼굴 표정에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은 상대가, 특히 자기에게 중요한 상대가 조금이라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거나 표정이 없거나 조금 화난 것 같으면 그것을 자기 잘못 때문이라고 느낀다. 상대가 자기에게 화를 내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아이가 상대방의 감정이나 기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표정이나 감정의 표현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물으면 그냥 “아니야”라고 대답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애매한 상태에서 계속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 엄마가 기분이 좀 안 좋아. 그런데 너 때문은 아니란다. 엄마가 어떤 전화를 받았는데 좀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너는 걱정하지 마”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야단치는 것과 꼭 알아야 해서 단호하게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해 주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엄하게 너를 가르칠 때는 너는 그냥 배우면 되는 거야. 너를 야단치는 것이 아니거든. 네게 화내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눈치 볼 필요 없단다”라고 자꾸 생활 속에서 가르쳐준다. 그렇게 해야 부모가 엄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도 자기를 미워해서 그런다고 오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모의 표정이나 말투와 상관없이 놀면서 중간 중간 “엄마, 나 사랑하지?”라고 묻는 아이들도 있다. 보통 생후 36개월 즈음이 되면 아이는 부모가 매순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아도, 부모가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마음 안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이런 발달에 뭔가 어려움이 있을 때, “엄마, 나 사랑해?”라고 자주 확인할 수도 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무척 예뻐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다. 아이에게도 대체로 잘해주는 편인데 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돌변한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차분한 목소리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수용적이었다가 어느 순간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라는 사람이 파악이 안 된다. 엄마를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럴 때도 불안한 마음에 “엄마, 나 사랑해요?”라고 자주 물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자주 “엄마, 나 때문에 화났어요?” 혹은 “엄마 나 사랑해요?”라고 묻는다면 혹시 위와 같은 면들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떤 이유에서 간에 “엄마 나 사랑해요?”라고 물을 때 엄마는 어떻게 대답해주는 것이 좋을까? 환하게 웃으며 “아유, 당연한 걸 가지고!” 하면 된다. 아이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해?”라고 물을 필요 없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항상 아이의 감정을 생각으로 바꾸어 아이를 혼내거나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혹은 헷갈리는 마음에 물은 것이니 확실하게 대답해 주면 된다. “사랑하지! 짱, 사랑하지! 목숨 바쳐 사랑하지!” 하면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