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원효 “개콘 이러면 안돼∼ 기발 개그로 다시 살려야죠”

입력 | 2018-07-18 03:00:00

3년만에 ‘개그콘서트’ 복귀 김원효




김원효가 3년 만의 ‘개콘’ 복귀 무대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를 선보였다. 새로운 시도를 담은 코너를 연달아 선보이는 그가 침체된 ‘개콘’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김원효 제공

“개콘(개그콘서트) 밖에 있을 때, 제가 봐도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더라고요. (선배지만) 자꾸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미꾸라지 역할을 해 줘야 후배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개그맨 김원효(37)가 자신의 친정 KBS2 ‘개그콘서트’로 돌아왔다. 무대를 떠난 지 3년 만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를 선보였다. 1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김원효는 “고참 개그맨으로서 5%대 시청률로 정체 상태를 겪고 있는 개콘에 책임감을 느꼈다”며 담담히 복귀 소감을 밝혔다.

김원효가 먼저 4회 정도 선보였던 ‘부탁 좀…’은 상당히 강렬했다. 한국에선 우여곡절이 많은 정치코미디였기 때문이다. 처음 출연에 선보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단식 농성이나 현실보다 더 웃긴 뉴스 보도를 거론하며 “개그맨도 좀 먹게 살게 그만 웃겨라”고 한 말은 꽤 화제가 됐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당선 인터뷰를 풍자했다가 지지층으로부터 비난 세례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야 안배였냐’라고 짓궂게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정치색? 그런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어요. 그때그때 검색어 순위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한 ‘핫’하신 분들 얘길 했을 뿐이죠.”

김원효가 3년 만의 ‘개콘’ 복귀 무대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를 선보였다. KBS 캡처

그가 선보였던 ‘부탁 좀…’은 정통 스탠드업 코미디란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홍대 무대를 중심으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지만 지상파 방송에선 쉽지 않은 선택. 15년 전쯤 개그맨 이정수가, 10년 전엔 김기열이 인기를 끌었지만 분장과 소품 없이 매주 관객을 웃기기란 녹록지 않다. 개콘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시의성이 생명인지라 좀 더 시간을 갖고 전열을 가다듬기로 했다. 김원효는 “좋은 소재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탁 좀…’을 쉬는 동안에도 김원효는 바쁘게 움직였다. 새 코너 ‘이런 사이다’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합’을 중시하던 기존 개그 공식을 탈피해 속사포 같은 대사를 숨쉴 틈 없이 치고받는 형식. 그는 “현장 반응이 유행어 ‘안돼∼!’를 탄생시켰던 2011∼12년 대표 코너 ‘비상대책위원회’ 때만큼 좋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원효는 개콘을 쉬었지만 개그는 멈추지 않았다. 3년 동안 현장 공연에 힘을 쏟았다. 박성호 정범균 등 선후배들과 ‘쇼그맨’이란 팀을 꾸려 2015년부터 전국 순회공연은 물론이고 해외 공연도 수차례 열었다. 그는 “미국 공연 때 용기를 얻어 요즘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언젠가 미국에 진출해 한국 코미디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코미디언들에게 ‘한국에선 매주 새로운 개그를 선보였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었어요. 그만큼 한국 코미디는 생산력이 최고죠. 미국 브로드웨이에 작은 극장을 열어 동료들과 맘껏 꿈을 펼쳐 보는 게 제 꿈이랍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