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근대화이론은 경제 성장을 민주주의 이행의 전제로 봤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야 개인의 권리를 자각하고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던 근대화이론이 퇴조한 데에는 중국의 역할이 컸다. 중국인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5000달러를 넘어도 사회주의 체제는 굳건했다. 이른바 ‘차이나 모델’을 보라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훈수를 두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번 먹물 투척 사건이 ‘시진핑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6.7%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은 첨단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폭락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 경제 위기를 헤치고 시 주석은 계속 황제로 남을 수 있을까. 문제는 경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