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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콜센터, 2049년 소설가, 2053년 외과의사… “AI, 50년내 인간의 모든 직업 접수”

입력 | 2018-07-20 03:00:00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도쿄강연
“2061년엔 인간이 설 자리 없을것… 기업경영인들 지금부터 준비해야”




19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의 정보기술(IT) 전시 및 강연 행사 ‘소프트뱅크월드 2018’에서 손 마사요시(손정의)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요?”

19일 오전 일본 도쿄 미나토(港)구의 한 호텔.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도하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이런 말로 시작했다. 강연장의 3000석을 메운 직원들은 ‘무슨 말이지?’ 하고 궁금한 듯 웅성거렸다. 손 회장은 “이미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며 강연을 이어갔다.

손 회장은 50년 안에 AI가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4년엔 ‘상담 로봇’이 콜센터 직원을 대체하고, 2027년엔 운전사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럭과 멜로디 전개 방식을 학습한 작곡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2031년 판매원, 2049년 소설가, 2053년 외과의사가 AI에 자리를 내주고 2061년이 되면 AI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나 기계가 모든 직업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손 회장은 “인간이 AI로 한번 대체되고 나면 다시는 그 자리에 투입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 경영자들은 지금부터 AI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IT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만들어 AI 관련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비롯해 애플이나 퀄컴 같은 세계적인 IT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1000억 달러(약 113조4000억 원)의 자금을 만들었다. 이 펀드로 투자한 벤처기업만 30곳이 넘는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로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AI 산업끼리 교류를 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들에 잇달아 투자하면서 세계의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차량공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AI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가 목적지까지 막힘없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손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중국의 AI 기술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이 AI산업에서 현재 세계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바이두(百度)의 자율주행 버스 ‘아폴롱’, 5000개 점포 개점을 목표로 하는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규제를 풀지 않는 일본에는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차량 합승 사업 등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정말 바보 같다”며 “기존 업계를 지키기 위해 미래(의 도전)를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연례행사 ‘소프트뱅크월드’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되는 손 회장의 강연은 2012년 그룹 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손 회장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알려지면서 행사 규모가 커지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