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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념에 갇혀 규제개혁 발목 잡는 시민단체야말로 수구세력

입력 | 2018-07-20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행사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현장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경제 성장 3% 목표도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혁신성장의 핵심인 규제개혁이 절박해진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직전 취소한 것도 그 절박함에 따른 충격요법이었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규제 현실에 기업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어제 “상의 회장 5년 동안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오히려 기업 규제 법안 800여 개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1차 규제혁신점검회의에서 ‘혁명적’이란 용어를 써가면서 규제 타파를 강조했으나 이번 20대 국회 전반기 2년간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 발의 건수만 2344개다.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주장을 여과 없이 입법화하는 국회도 대규모 규제 생산 공장이다.

규제혁신이 지지부진한 것은 여러 명분을 내세워 규제 완화에 반발하는 세력들 탓이 크다. 어제 이른바 진보라는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지난 9년의 수구정권 시절 실용적 경제정책이란 곧 규제 완화였고 정책 목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며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후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외치며 현장으로 나선 날 기업 친화적인 정책들이 사회 양극화만 강화시킨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문 대통령이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 자리에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서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가 지도자가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 묻고 싶다. 또 실망했다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가. 먹고사는 문제에 이념을 덧칠해 목청 높이는 세력들이야말로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는 수구세력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마당에 혁신성장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규제혁신이 실패로 돌아가면 현 정부의 성장 정책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왕 규제개혁의 칼을 빼 든 이상 이익·시민단체는 물론 촛불 지분을 요구하는 노동계, 이념에 사로잡힌 참모, 무엇보다 규제를 권리로 착각하는 관료와 국회까지 전방위로 설득하고 솔선하는 행보에 나서길 바란다. 과거 어느 정부도 규제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도 규제 전봇대를 뽑지 못했고, 손톱 및 규제 가시도 빼지 못했다. 규제개혁은 그만큼 어렵다.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이 없다면 일자리 정부도 없다’는 각오로 높디높은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규제혁신은 도돌이표 구호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