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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로 번진 G2 무역전쟁… 韓, 위안화 리스크 직격탄

입력 | 2018-07-23 03: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을 ‘환율조작국’이라고 공격하면서 무역전쟁의 불길이 ‘환율전쟁’으로 옮아 붙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부과로 각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가운데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내리는 분위기다. 관세를 중심으로 한 미중 무역전쟁만으로 이미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 트럼프, “위안화, 바위처럼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화가 갈수록 강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과 EU는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미 경제전문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는 굴러 떨어지는 바위처럼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는데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관세 부과의 효과가 없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처럼 실제 위안화 환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 런민은행은 20일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9%(0.0605위안) 높인 6.7671위안으로 고시했다.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고, 하루 낙폭으로는 2016년 6월 이후 최대다. 위안화 가치는 5월 초 대비 6% 이상 떨어진 반면 달러화 가치는 연초 대비 4%가량 올랐다. 이에 대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위안화 약세가 환율조작인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10월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EU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 “우리는 미국의 슈퍼파워에 의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불확실한 환율, 하반기 한국 경제 복병

전문가들은 글로벌 환율전쟁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에 무역전쟁에 맞먹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 원유, 신흥국 자산 등 전방위에 걸쳐 실물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화 역시 최근 들어 위안화 환율과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며 환율전쟁의 태풍 속에 들어선 상태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5원 오른 113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1일(1135.2원) 이후 9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원화와 위안화의 30일 이동 상관계수는 0.9를 넘어서고 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가 강하다는 뜻이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 당장은 달러 표시 수출가격도 그만큼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져 생각만큼 수출이 늘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오히려 원화 약세로 유가 등 수입물가가 상승해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다. 게다가 각국이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내려 환율이 방향성을 잃게 되면 수출기업들은 제대로 된 생산전략을 수립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골짜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도 미중 무역전쟁 확산으로 생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므누신 장관을 만나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제외를 공식 요청했다. 또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으로 중국이 경제 위기에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며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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