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8쪽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뿐 아니라 청와대가 공개한 67쪽의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도 올해 3월 기무사에서 보고받고도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67쪽 문건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무력화 방안과 구체적인 언론 통제 방안 등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송 장관의 청와대 보고 지연 등 불투명한 업무 처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67쪽 문건을 보고한 경위를 상세하게 밝혔다. 이 사령관은 “3월 16일 8쪽짜리 문건과 함께 보고했다”며 “처음부터 대단히 심각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문건을 “국방부를 통해 제출받았다”고 밝혔지만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이 문건의 존재를 먼저 확인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송 장관은 첫 보고를 받았을 때 “(다른) 회의가 있어서 (이 사령관에게) 놓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인도 방문 중 수사를 전격 지시한 데 이어 16일 ‘계엄문건 관련 문서를 모두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에도 이 문건에 대한 보고를 뭉갠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송 장관은 6월 28일 8쪽 문건과 함께 67쪽을 1쪽으로 요약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희석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의문이다.
송 장관은 헬기 추락으로 숨진 해병 유가족들이 분노한 까닭을 의원들이 질의하자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것 아니겠냐”고 답해 기름을 부었다. 얼마 전 군 장성의 성폭력 사건 직후에도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실언한 바 있다. 잦은 말실수도 문제지만 판단 능력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처한 송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