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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멈춰선 비핵화, 거세지는 對南 비난… 대북제재 바짝 죄라

입력 | 2018-07-23 00:00:0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주말 나란히 미국에서 한미 간 정책조율에 나섰다. 정 실장은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상대로 공동 브리핑에 나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의 유지 등 일치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과 강 장관의 방미 외교는 사실상 멈춘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토록 유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지만 지금의 답답한 국면을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이달 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북-미 간 공식 대화채널은 실종 상태다.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 간 대화만 유지되고 있다. 이미 대화는 좌초했는데도 무늬만의 대화가 연출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높아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 때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폐기할 핵무기 목록과 비핵화 시간표,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 3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안전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며 6·25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막후에선 잘되고 있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정작 보좌진 회의에선 후속 협상에 진전이 전혀 없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연일 대남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어제도 난데없이 “남조선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운운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북한의 작년 성장률을 3.5% 감소로 추정한 한국은행 발표, 그리고 남북 교류에 속도를 내지 않은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보인다. 여기에는 과거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궁지에 처할 때면 늘 그랬듯 한국이 나서 미국을 유연한 자세로 전환하도록 만들어 달라는 은근한 요청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북-미 교착의 돌파구를 찾는 우리 정부의 중재 외교가 의외의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중재의 지렛대가 자칫 남북관계의 과속이나 대북제재의 이완을 낳는 것이어선 안 된다. 북-미 간 협상은 어디까지나 비핵화와 안전보장 교환이지, 대북제재까지 허무는 것은 아니다. 비핵화를 압박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대북제재는 국제사회의 만장일치로 결의됐고, 그 해제도 비핵화 조치 이후 국제사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