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를 제작한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왼쪽)과 김기윤 PD. CJ ENM 제공
“원래 얌전한 애들이 장난 아니라잖아ㅋㅋ.” “어떻게 해보고 싶네.”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12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12부작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에피소드 중 일부다. 이 드라마는 새내기 신혜(김다예), 채아 등이 캠퍼스 내 부조리를 경험하며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등 젠더 이슈가 커지면서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속 신혜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갑자기 손을 잡는 남자 선배 때문에 당황하는 장면. CJ ENM 제공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사전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익명으로 성폭력 경험을 토로하는 ‘대나무숲’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지고 여성들이 참여하는 ‘혜화역 시위’도 참고했다. 김기윤 PD는 “사전 인터뷰를 한 대학생만 100여 명”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피해는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학내 성폭력을 다룰 때는 실제 성폭력 폭로가 나온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촬영했다. ‘성폭력 교수 OUT’ 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구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현상도 반영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