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 마카오|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아시아 농구 클럽대항전으로 펼쳐진 ‘서머슈퍼8(Summer Super 8)’이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5개국(한국·중국·일본·필리핀·대만) 8개 프로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광저우 롱 라이언스(중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KBL 대표로 나선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은 모두 4강에 오르며 첫 정상 등극을 노렸지만,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패하며 여정을 끝냈다.
이번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한 전자랜드는 삼성과 달리 서머슈퍼8 출전이 처음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지훈련만 소화하며 시즌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주최 측인 아시아리그의 초청으로 아시아 구단들과 실력을 겨루며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장·단점을 진단할 수 있었다.
대회 결승전 다음날인 23일 마카오 숙소에서 만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이제서야 말하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아직 외국인선수도 합류하지 못 했고, 박찬희와 강상재, 차바위가 모두 빠지면서 다른 구단들과 전력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을까 염려했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그런데 1차전을 보고 조금 놀랐다. ‘기대 반, 걱정 반’을 했던 백업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뛰더라. 비시즌 대회에서 혹여 다치지는 않을까 경기 내내 목이 쉬도록 ‘부상 조심해’라고 외칠 정도였다”면서 “실력은 조금 뒤쳐질지 몰라도 이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4쿼터 내내 투혼을 펼쳤다.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조별리그 3연승을 거두며 4강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밝게 웃었다.
지난 시즌 D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과 벤치를 오래 지켰던 백업들의 활약은 무엇보다 반갑다. 이번 대회에서 홍경기와 박봉진, 임준수, 최우연, 김정년 등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였다.
정효근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도 큰 수확이다. 유 감독은 “(정)효근이의 국가대표 승선 불발은 본인도, 나도 예상치 못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전화 너머로 들리는 선수의 목소리가 축 처져있더라. 이번 원정 합류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마음을 다잡고 제 실력을 보여줬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얼마든지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머슈퍼8을 통해 전자랜드는 많은 결과물을 얻었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역시 실감했다. 유 감독은 “역시 외곽포만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조별리그와 달리 준결승전과 3·4위전에서는 외곽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 “골밑 수비는 앞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 인사이드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전체적인 수비도 어렵고 외곽 공격도 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다른 시즌과 달리 전체 조합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9월이 되면 어느 정도 전력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약점을 잘 보완해 새 시즌을 힘차게 열겠다”고 다짐했다.
마카오|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