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먼저 임명하고 다음 달 중 개각을 단행할 때 야당 인사를 각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이 있으면 협치 내각을 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개각 구상의 큰 방향을 ‘협치’로 정하고 야권 전체에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인 지금은 문재인 정부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때이지만, 경기 침체는 가속화하고 북한 비핵화마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대선 후보 때 문 대통령은 야당까지 포함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공동정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늦었지만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실천해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여권 일색의 장관 후보로는 인사청문회에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 주요 입법이나 예산안 처리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과 국회에서부터 협치를 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도 한국당 인사까지 주요 입각 대상에 포함시키는 ‘통 큰 정치’로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면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의견을 구하며 협치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여당과 교감 아래 나온 것이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로 보인다. 협치의 당위성에 토를 달 사람은 없지만 그 자리에 맞는 야당 인사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야당 입각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친여 야당 일색으로 하거나 구색 맞추기 용에 그치면 협치 개각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서로 양보하고 소통하며 ‘협치 내각’이라는 정치실험의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