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문제 등 경제현안을 집중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발언 말미에 “우리가 걷고 있는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며 “정부는 길게 내다보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마련해 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청와대 회의에서 ‘포용적 성장’이란 용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청와대 인사에서 소득주도성장 이론의 전도사였던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물러나고 경제관료 출신인 윤종원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경제수석으로 오면서 바뀐 변화로 볼 수 있다. OECD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한 기회를 창출하고 번영의 배당을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하는 경제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한 경제가 되려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계층 이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불신과 계층 간 갈등이 줄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한국처럼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크거나 확대되는 국가에서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적 성장의 일부라고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포용적 성장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그 대가를 함께 나누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의 급속한 단축 등에서 보듯이 정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늘려 성장을 이루겠다는 경제실험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함께 병행해야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1년여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험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대통령이 최근 혁신성장의 엔진인 규제개혁을 특히 강조하는 것도 정책 전환을 예고한다는 관측이 나온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