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산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집중치료센터’
연일 전국의 기온이 35도를 웃돌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일. 기자는 경기 안산으로 향했다. 고대안산병원(병원장 최병민)에 가기 위해서다. 고대안산병원은 올해 6월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 #29세 산모. 급작스러운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났다. 응급상황이다. 인터뷰 중이던 김호연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응급환자 발생 후 30분 안에 분만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넘기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
임신중독증은 임신에 동반된 고혈압성 질환을 말한다. 임신 기간에 고혈압이 발견되는 경우다. 최근 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임신중독증과 같은 위험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임신중독증은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태아는 통상 40주의 임신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32주 만에 응급 수술로 세상에 나왔다. 엄마 배 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한 아이는 태어나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집중치료센터 의료진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가운데 최병민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병원장), 김해중 산부인과 교수. 고대안산병원 제공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2017년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4만8000명(11.9%) 감소했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1.05명이었던 것이 올해는 1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평균 출산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35세 이상 고령 산모의 출산 비중은 2016년 26.4%에서 2017년 29.4%로 증가했다. 35세 이상의 산모는 복지부가 관리하는 고위험산모군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 산모에 비해 임신 전후로 특수한 관리나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전관리나 분만을 3차 병원이나 신생아 중환자실 등 전문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해야 한다.
고위험 산모는 엄마나 아기 모두에게 합병증이 동반되기 쉬운 상태에 있는 산모를 말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임신 중 감염,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된 경우 △자궁 내 태아 발육 지연 △고령 임신 △쌍둥이 등 다태 임신 △저체중, 비만 산모 △담배, 약물 복용 등의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고위험 산모를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고위험 산모는 질환 치료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검사 외에도 태아 염색체 검사, 태아 감염 검사, 조기진통 예측 검사, 태아건강평가 검사 등을 받아 병원 방문 시기와 방문 횟수, 입원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고위험 산모와 태아 모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는 2017년 기준 9만4000명의 신생아 출산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분만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고위험 산모 수와 저체중아의 출생건수도 가장 많다. 경기도의 분만 건수당 고위험 산모 분만 비율은 43.1%로 전국 평균 42.8%보다 높다. 특히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 당 저체중아 출생건수는 2016년 기준 18.8명으로 전국 평균 13.1명보다 훨씬 높다.
안산, 시흥, 화성 지역에 거주하는 고위험 산모의 분만과 건강을 책임져온 고대안산병원은 최근 인력과 시설, 지역 내 연계사업 등 전반적인 평가항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고위험 산모와 중증질환 신생아의 증가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임신부터 출산, 중증질환 신생아의 치료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고대안산병원은 그동안 경기 남부지역에서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 병의원과의 간담회와 교육을 통해 산모와 신생아의 관리 및 이송체계를 구축하고 3차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안산지역은 다문화 가정의 출산율이 높은 편이다. 우간다 출신 나티샤(가명)는 조산을 반복하다 고대안산병원에서 24주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아이는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김해중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보험 해택을 받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사업팀을 구성하고 병원비를 보조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의료진. 고대안산병원은 올해 6월 보건복지부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기관으로 선정됐다.
산모와 신생아는 시시각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진료가 필수적이다. 고대안산병원의 고위험 임신 클리닉은 각 진료과와 연계한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임신성 당뇨와 고혈압 질환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와 함께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태아의 진단과 출산 후 집중관리를 위해 영상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와의 협진도 병행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즉각 대처하기 위해 상시 회진과 각 진료과와 비상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은 산모와 아이 모두를 위해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곳이다.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의 비율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은 산모와 미숙아의 생존율을 높이고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는 태아의 심장 상태, 산모의 자궁수축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기들을 갖춰 의료진이 중앙 전산시스템을 통해 산모들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고위험 집중치료실 8병상, 신생아중환자실 25병상이 있다. 분만실과 진통실, 회복실도 별도로 관리·운영한다. 산과 전문의 4명과 신생아 전문의 3명, 19명의 전공의와 45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인력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고대안산병원은 권역 내 산부인과와 핫라인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응급상황 발생 시 24시간 손쉽고 빠른 이송이 가능하도록 환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발전된 의료지식을 전달하는 연계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원내·외를 아우르는 진료협력 시스템은 경기 남부 지역의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책임지며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현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집중치료센터의 모든 의료진은 고위험 산모를 잘 관리해서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전하게 분만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최병민 병원장은 “그간 고대안산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집중치료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경기 서남부 지역의 건강과 출산을 책임져왔다”며 “지원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만큼 앞으로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