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편의점 4만여 개. 인구 1290명당 하나꼴이다. 편의점 선진국이라는 일본이 인구 2250명당 하나씩이니 말 그대로 ‘편의점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편의점이 치킨집과 함께 자영업의 대명사가 된 이유로는 낮은 진입장벽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만 원이면 사장님이 될 수 있다”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선전문구가 대책 없이 회사 문을 나서야 했던 중장년 퇴직자들에게 든든한 ‘빽’처럼 다가온다.
▷작년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는 115만 명. 83만 명이 폐업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 해 동안 32만 명의 자영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자영업자도 고령화하고 있다. 50대 이상이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이 넘는다. 이 중 60대 이상 ‘실버 자영업자’의 대출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퇴 후 빚내서 자영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난해 창업한 50, 60대 중 65%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는 것. 평균 7000만 원씩 손해를 봤다. 실버 자영업자의 파산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미국에서 창업 성공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44∼46세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50대 창업자가 30대 창업자보다 성공할 확률이 1.8배나 됐다.
▷청와대가 23일 ‘자영업 담당 비서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임대료, 프랜차이즈 불공정 관행, 골목상권 보호 등의 문제를 처리한다고 한다.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여전히 그들을 보호 대상으로만 한정짓는 시각은 아쉽다. 최저임금은 물론이고 고용 경직성, 내수 경기 활성화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이 자영업 대책이다. 아울러 실버 창업자들이 서비스업에만 몰리지 않고 경력을 살린 고부가가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했으면 한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