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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덕수]카드 수수료 인하보다는 소상공인 영업 환경 개선을

입력 | 2018-07-25 03:00:00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소득 양극화를 개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저소득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창업시장은 경험이나 기술에 관계없이 일정 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생계형 소자본 창업 비중이 높다. 시장 진입이 거의 자유롭다보니 과당 경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월 기준 국내 편의점은 4만 개가 넘었다. 인구수 대비 일본의 2배 수준에 근접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이 거세다. 카드사는 그동안 사회 공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해 왔다. 우대 수수료 인하 및 대상 확대, 결제대행업체(밴·VAN) 비용률 개편, 카드 수수료 상한 인하 등은 카드사가 손실을 감내했다.그 결과 최근 2년 새 카드사 순이익은 1조 원 이상 줄었고,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98%로 금융권에서 가장 낮았다.

일각에서는 특정 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마치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지 말라는 것과 같다. 카드산업은 수신 기능이 없고 외부 차입에만 의존해 신용거래로 수익을 얻는다. 또 카드 회원과 가맹점과 같은 상이한 두 고객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며, 카드 수수료는 이런 서비스 제공에 따른 대가다. 신용 공여를 위해 자금 조달비용, 전산망 관리비용, 외상대금에 대한 대손비용, 밴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들이 카드 수수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카드 수수료는 정말 높은 수준일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 연매출 3억∼5억 원 미만 가맹점의 수수료는 월 최대 54만 원이고, 연매출 3억 원 미만은 20만 원이다. 현금결제를 제외하면 이보다 더 적은 금액을 부담한다.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가맹점에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가 연 50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하면, 연매출 3억 원 미만 가맹점은 실질적 부담이 전혀 없고, 3억∼5억 원 미만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도 0∼0.3%에 불과하다. 오히려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라는 세수 투명화 정책을 통해 카드 수수료를 지원받고 있는 셈이다.

카드 수수료는 민간의 가격책정 문제다. 세계적으로도 카드 수수료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중소형 가맹점이 초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판매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 상거래에서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이치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소상공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비용 증가분을 또 다른 비용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일부 보전하기보다는 소상공인의 수익성 개선에 힘을 모으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카드사들도 소상공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 분석, 소비 패턴 분석, 컨설팅 등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소상공인의 과밀 문제를 해소하거나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