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다시 불붙은 탈원전 논란
연일 최대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전력수급 상황과 원전 가동 상황을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해 이를 충당하고 있는 건지, 정부의 수요 예측이 틀린 건지 점검해 봤다.
청와대와 여권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최근 발표가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22일 한수원은 다음 달 13일과 18일로 예정됐던 한빛1호기와 한울1호기의 정비 일정을 전력 피크 기간(8월 둘째, 셋째 주) 이후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뒤늦게 한수원 발표에 대해 “최근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일정을 변경한 게 아니라 이미 4월에 예정돼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탈원전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설명은 맞는 얘기지만 정부가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탈원전의 필요성을 과도하게 주장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원전 가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여름철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현실적인 장벽에 부닥쳤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전력 공급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21일 가동을 시작한 한울4호기가 23일부터 100% 출력을 내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등 다른 발전기도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7월 말엔 지금보다 약 340만 kW의 전력이 추가로 공급된다.
하지만 매일 전력수요가 100만 kW 이상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24일 전력예비율이 7%대까지 떨어졌는데 원전 1기라도 중단되면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령을 고려해야 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향으로 미래 산업이 발전한다는 근거에서 전력수요 증가율을 낮게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인수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상업용, 가정용 전기 비중이 전체의 50∼60%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40%대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충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폐쇄한 원전은 월성1호기 하나뿐이며, 이는 전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 용량과 별개로 실제로 원전이 가동되는 비율인 원전 가동률은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현 정부 출범 이전 원전 가동률은 70%대 후반∼80%대였다가 지난해 71.3%로 하락했다. 6월 현재 원전 가동률은 67.8%다.
또 정부는 이날 확정한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에서 발전 부문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4080만 t까지 늘렸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 건설 계획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준 것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하고도 화력발전을 늘리는 이유는 탈원전으로 인한 공백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전력수요 예측을 수정하고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