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와 무죄석방을 주장해온 KBS 아나운서 출신의 더코칭그룹 대표 정미홍 전 대한애국당 사무총장(58)이 25일 새벽 별세했다. 한때 KBS 간판 아나운서였던 그는 퇴사 후 극우단체에서 활동하며 수차례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명지대학교 지방자치대학원 행정학 석사 출신인 정 전 사무총장은 1982년부터 1993년까지 KBS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KBS ‘9시 뉴스’ 진행은 물론 1988 서울올림픽 당시 KBS 메인 앵커로 활약하며 스타 아나운서로 이름을 알렸다.
1993년 KBS를 퇴사한 그는 조순 전 서울특별시 시장 재임 시절 서울특별시청 홍보담당관, 공보과장, 시장 의전비서관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였던 조원진 의원과 함께 한 그는 조 의원이 추진한 대한애국당 창당에 참여하며 당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말 당내 갈등을 겪다 탈당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그간 수차례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며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월 자신의 트위터에 “(박원순)서울시장, (이재명)성남시장, (김성환)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퇴출해야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가 당시 이 시장과 김 구청장으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엔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고 동원됐다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며 사과하기도 했다.
이듬해 1월엔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62·구속기소)의 딸 정유라(21)의 승마 논란과 관련, “특검이 승마 꿈나무를 완전히 망가뜨린다”, “정유라는 승마 꿈나무가 맞다”는 발언으로 연일 구설에 올랐다.
이어 같은 해 3월 “박근혜 탄핵 심판은 각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만약 인용이 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 내놓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전 사무총장의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자 KBS 아나운서 협회는 2017년 4월 공식 공문을 통해 “KBS를 떠난 지 20년이 지난 한 개인의 일방적인 발언이 ‘전 KBS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로 포장돼 전달되는 것은 현직 아나운서들에게는 큰 부담이자 수치”라며 정 전 사무총장에게 ‘전 KBS 아나운서’ 호칭을 쓰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에 정 전 사무총장은 “저는 공영방송이라면서 역사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보도하지 않으며 외면하는 KBS 출신인 게 정말 부끄럽다”며 “아나운서 후배들에게 한마디 전한다. 너희들은 나 같은 선배를 가질 자격이 없다. 내가 너희들의 선배임이 참으로 수치스러울 뿐”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대한애국당은 25일 당 홈페이지를 통해 “정미홍 전 사무총장이 오늘 새벽 하늘나라 천국으로 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정 전 사무총장의 측근이라고 밝힌 이모 씨에 따르면, 정 전 사무총장은 2015년 1월 판정받은 폐암이 올해 2월 뇌로 전이된 후 투병생활을 하다 이날 새벽 별세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과거 난치병인 루프스로 15년 간 투병생활을 하기도 했다. 자가 면역 질환인 루프스는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하는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병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그는 환우회인 ‘루프스를 이기는 사람들’을 만들어 이끌기도 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