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저돌적 파이터, 아픈 어린이들 앞에서는 ‘털보 아저씨’

입력 | 2018-07-25 16:35:00

[퇴근길 피플]로드FC 김형수 선수 인터뷰




종합격투기 ‘로드 FC(Fighting Championship)’ 선수인 김형수 씨(30·김대환MMA)는 저돌적인 파이터다. 하지만 링 밖에선 백혈병, 소아암 투병 중인 어린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체육을 가르치는 ‘털보 아저씨’다.

김 씨는 올해 5월 비영리재단 ‘아주나무(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줄임말)’를 설립했다. 답답한 병실에 머물러야 하는 어린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다. 아주나무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인연을 맺은 회사원, 대학생 등 지인 40여명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볼링놀이 등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처럼 병원 봉사에 적극적인 건 자신 역시 아팠던 과거가 있어서다. 그는 중고교 시절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레슬링 유망주였다. 하지만 18세 때 병마가 다시 찾아왔다. 여덟 살 때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고 3년간 면역치료를 받고 완치된 줄 알았던 병이 재발한 것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에서 혈구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혈액세포가 줄어드는 난치성 질환.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고 코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 등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 다행이 골수이식 기증자가 나타나 건강을 되찾았다.

김 씨는 요즘도 아주나무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번 씩 서울성모병원, 한달에 한번 씩 서울대병원으로 체육봉사에 나선다. “소아암 환자 어린이는 외부 병원체에 취약해 봉사자들이 매번 검사를 받고 무균실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습니다. 성모병원은 제가 투병했던 곳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그는 병이 완치된 뒤 레슬링의 꿈을 접었다. 대신 경기 분당의 김대환MMA 체육관에서 레슬링 코치를 맡았다. 로드 FC 선수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던 그는 2013년 직접 선수로 나섰다. 레슬링과 타격이 결합된 격투기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로드FC 전적은 5전 3승 1패 1무. 그는 28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전창근과 라이트급 경기를 갖고 네 번째 승리에 도전한다.

김 씨는 이날 경기에서 트렁크 반바지에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 로고를 붙이고 경기에 나선다.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소아암 등 희귀 난치병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비영리 단체. 2007년 당시 투병 중이던 김 씨가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0년부터 메이크어위시 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봉사활동 우수자에게 주는 ‘뛰뛰빵빵 슈퍼맨 상’도 받았다”며 “내가 힘들었던 시절에 받았던 사랑을 갚기 위해 앞으로도 아픈 아이들을 찾아가 병원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