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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창립 38년만에 첫 파업 돌입

입력 | 2018-07-26 03:00:00

25일부터 진료 차질로 큰 혼란… 대기인수 평소의 3∼4배 늘어
‘임금인상-주5일제’ 노사교섭 난항… 파업 장기화땐 진료공백 커질 듯




대구가톨릭대병원 창립 38년 만에 노조가 첫 파업에 들어간 25일 남구 대명동 본관 로비 접수창구에 외래환자의 당일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25일. 첫날 오전부터 진료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으로 근무인력이 크게 줄어든 접수창구와 32개 진료과 앞에는 대기하는 환자들이 길게 늘어섰다. 오전 10시경 병원 본관 로비에는 접수창구 10곳 중 7곳만 환자 접수를 하고 있었다. 별관 등 다른 건물의 접수창구는 대부분 문을 닫거나 절반만 운영하고 있었다. 본관 접수창구 앞 대기번호표 발급기 화면은 대기인 수 76명을 나타내고 있었다. 병원 직원은 “대기인이 평소 20명 안팎인데 창구가 줄어 오늘은 평소보다 3∼4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대구 지역 5대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이다. 매일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만 3000여 명에 이른다. 병원은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당일 현장 접수를 받지 않고 기존 예약 환자만 진료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당일 접수 환자는 1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진료를 예약한 환자는 2280명이다. 예약 환자만 받는데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병원 곳곳에서는 환자들이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한 50대 여성은 “동네 병원에서 이곳으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 당일 접수를 하지 않아 진료를 할 수 없게 됐다”며 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모두 몸이 아파서 온 사람들인데 이렇게 장시간 기다리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삿대질을 했다. 직원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지만 환자들의 불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진료 안내와 예약을 담당하는 콜센터에도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1980년 병원 설립 후 38년 만에 첫 파업이다. 16∼1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98.3%가 파업에 찬성했다. 병원의 노조 가입 대상 직원 1540명 중 절반이 넘는 870명이 조합원이다. 이 중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유지인력 100∼150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과 주 5일제 도입이다. 노조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병원에 비해 급여가 낮다며 기본급 20% 인상을 요구했다. 노조는 8년 차 간호사 기준으로 다른 병원과 급여가 최대 100만 원 가까이 차이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평일 근무에서 하루 1시간씩 빼 주말과 휴일에 근무하도록 하는 시차근무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병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의 4% 인상안을 제시했다. 주 5일제는 점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와 병원은 2월부터 현재까지 11차례 본교섭을 벌였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3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했다. 24일까지 3차례에 걸쳐 조정회의를 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송명희 분회장은 “교섭을 할수록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진료 공백과 환자 불편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간 달성한 고객만족도 1위를 비롯해 병원 재도약을 선언하며 추진했던 각종 인프라 확충과 연구중심병원 등의 사업도 흔들릴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질 경우 현재 700여 명 수준인 입원 환자를 200여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외래 환자도 진료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으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