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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는?”… 바이오와 예술이 만나다

입력 | 2018-07-26 03:00:00

‘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 대전시립미술관 등 6곳서 열려
대덕특구 인프라와 협업 통해 과학·예술의 융복합 실험 보여줘




세계적 행위 예술가인 스텔락 교수가 자신의 작품 ‘확장된 팔’을 시연하고 있다. 여러 기계장치로 조작하는 팔을 통해 인간 신체의 확장과 한계의 극복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나를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유는 테크놀로지(과학기술)와 결합이 되었고, (그 결합으로) 지속적으로 문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전비엔날레 2018 바이오’에 ‘확장된 팔’이란 작품으로 참가한 행위 예술가이자 호주 커틴대 교수인 스텔락(본명 스텔리오스 아르카디우) 씨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생각이다. 인간이 과학기술과 결합하고 그럼으로써 변화하는 것은 생물의 진화처럼 당연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학계에서는 기계와의 결합으로 인간이 ‘포스트(post)휴먼’이란 새로운 종으로 태어날 것이란 전망을 오래전부터 내놓고 있다. 스텔락 교수는 1970년대부터 자신의 신체와 기계장치를 결합한 퍼포먼스를 발표해 왔다. 2009년에는 자신의 연골을 배양해 만든 ‘제3의 귀’를 팔뚝에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이번에 출품한 ‘확장된 팔’은 기계와의 결합을 통한 신체의 확장을 의미한다. 스텔락 교수는 자신의 작품 배경에 대해 “인간의 신체는 한계를 지닌다. 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혈액이 10%만 빠져도 위험하다. 그 신체의 한계를 받아들일 것인가, 재설계를 할 것인가 고민하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확장시키고 증폭시켜 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스텔락 교수는 인간이 기계와 결합할 경우 그 경계의 모호함 때문에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로봇이나 기계도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동식물이 진화하거나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새로운 종으로 탄생할 때처럼 그러한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점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이번 행사에는 일찍부터 과학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예술가들이 대거 작품을 들고 찾았다. 바이오아트 선구자인 미국 뉴욕시각예술학교 수잰 앵커 교수는 3개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실내 화초를 활용한 조각품인 ‘우주농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광다이오드(LED) 불빛으로 식물이 자라도록 했다. 그는 “예술가가 과학을 배우고, 과학자도 예술을 알아야 한다. 나는 과학자를 화실에 초대해 바이오에 대해 배운다”고 말했다.

‘스트레인저 비전스(Stranger visions)’를 출품한 미국의 헤더 듀이 해그보그 작가는 담배꽁초나 껌에서 추출한 유전자(DNA)와 3차원(3D) 프린트를 활용해 이 물건들의 주인과 거의 비슷한 얼굴 모습을 만들어낸다. ‘보디 코드’라는 작품을 전시한 드루 베리는 생명공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바이오 애니메이터다. 세포 안에서 일어나지만 볼 수 없는 분자 활동을 애니메이션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품으로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줘왔다.

이번 전시는 17일 시작돼 10월 24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DMA아트센터, KAIST 비전관,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 플라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 등 6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그동안 에너지와 뇌, 우주 등으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과학과 예술이 융합하는 국내 최대의 잔치로 발전해왔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인프라와 직접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에 대한 진정한 시대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다”며 “과학도시 대전의 한 걸음 진보된 정체성을 선보일 이번 대전비엔날레에 시민과 미술인들의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