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조사 진행” 제일제강株 5월 이후 거래 주목 선체 미발견에도 주가 5배 뛰어… 거래량도 6.5배 늘어 의심여지 금괴담보 가상통화 판매도 문제
윤석헌 금감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보물선 관련 주식 거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세 조종(주가 조작)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신일그룹과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제일제강은 신일그룹 대표 류향미 씨 등이 6일 인수한 회사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17일 처음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제일제강은 보물선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당 1000원 선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장중 최고 5400원까지 뛰어올랐다. 5월 하루 평균 202만 건이던 주식 거래량도 1350만 건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이 보물선 관련 발표를 하기 전인 5월부터 제일제강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거래량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의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달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울릉도 해저에서 유인 잠수정을 활용한 탐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15일엔 “돈스코이호와 관련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사실 일부를 18, 19일에 공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17일 언론 보도 전까지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은 없었지만 일찌감치 제일제강 주가가 들썩인 것이다.
또 신일그룹이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하고 보물선 사업은 물론이고 회사 실체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일그룹이 아직 발견되지도 않은 보물선의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GC)’이라는 가상통화를 판매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일그룹은 신규 회원을 모집한 투자자에게 신일골드코인을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다단계 영업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가상통화 불법(판매) 행위는 유사수신이나 불법 다단계, 사기 등 현행법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물선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오르내린 다른 종목도 모니터링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우선 신일그룹과 제일제강에 대한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일본 함대와 교전하다가 포위되자 함장이 스스로 침몰시킨 러시아 군함이다. 침몰 전에 5500상자(약 200t)의 금화와 금괴를 실었다는 소문이 퍼져 관심을 끌었지만 확인된 바 없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최초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해양과학연구원 연구팀이 이보다 앞선 2003년 배를 발견해 3, 4차례 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혁 gun@donga.com·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