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군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계엄 문건에 대해 한 발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이 24일 국회에서 “장관이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어제도 본보 기자에게 “송 장관의 발언이 포함된 문건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도 “민 대령이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가세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거듭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국방위원들이 확보한 민 대령의 보고서에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송 장관의 발언이 적시돼 있다. 앞서 국방부는 송 장관의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까지 만들어 서명을 받다가 민 대령의 반발로 중단했다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수사단이 간담회에 참석한 국방부 실국장급 이상 13명을 철저하게 조사해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송 장관은 계엄 문건 보고를 받고 처음에는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기무사 개혁의 근거로만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 지시해 특별수사단이 구성되고 관련 부대의 문건까지 모두 제출토록 하면서 파장이 커지자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문건 보고를 받은 송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이 기무사령관의 반발을 부른 것도 장관 자격을 의심케 한다. 무엇보다 송 장관이 4개월간 청와대에 계엄 문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기무사 개혁TF를 구성해 자체 개혁에 나섰지만 무의미해졌다. 계엄 문건 수사 결과와 여야가 합의한 국회 청문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대착오적인 문제가 속속들이 밝혀진 기무사 간판을 내리고 소속도 바꾸는 등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 예비역 장성들이 “창피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한다. 군 위상을 실추시킨 송 장관에게 기무사 개혁을 맡겨둘 순 없다. 기무사 개혁에 앞서 송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