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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令 안 서는 송영무 경질하고 기무사 전면 개혁하라

입력 | 2018-07-26 00:00:00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군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계엄 문건에 대해 한 발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이 24일 국회에서 “장관이 ‘(법리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어제도 본보 기자에게 “송 장관의 발언이 포함된 문건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도 “민 대령이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가세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고 거듭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국방위원들이 확보한 민 대령의 보고서에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송 장관의 발언이 적시돼 있다. 앞서 국방부는 송 장관의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까지 만들어 서명을 받다가 민 대령의 반발로 중단했다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수사단이 간담회에 참석한 국방부 실국장급 이상 13명을 철저하게 조사해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

송 장관은 계엄 문건 보고를 받고 처음에는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기무사 개혁의 근거로만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 지시해 특별수사단이 구성되고 관련 부대의 문건까지 모두 제출토록 하면서 파장이 커지자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문건 보고를 받은 송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이 기무사령관의 반발을 부른 것도 장관 자격을 의심케 한다. 무엇보다 송 장관이 4개월간 청와대에 계엄 문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날 국방부가 공개한 67쪽짜리 계엄 검토 세부문건에는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기무사 개혁론에 기름을 부었다. 24일 국회에서 기무사령관 참모장 5처장 등 기무사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하극상에 가까운 발언이 나온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의원들이 “이렇게 영(令)이 안 서는 장관이 어디 있느냐”고 혀를 찰 정도로 송 장관의 무능과 무책임한 처신은 심각하다. 이와는 별개로 기무사가 작심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기무사 개혁TF를 구성해 자체 개혁에 나섰지만 무의미해졌다. 계엄 문건 수사 결과와 여야가 합의한 국회 청문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대착오적인 문제가 속속들이 밝혀진 기무사 간판을 내리고 소속도 바꾸는 등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 예비역 장성들이 “창피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한다. 군 위상을 실추시킨 송 장관에게 기무사 개혁을 맡겨둘 순 없다. 기무사 개혁에 앞서 송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