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거운’ 도서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간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는 A4용지 2개를 붙여놓은 크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전자책이 갈수록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이고, 요즘엔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문고본 출판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어마하게 ‘큰 책’이 꾸준히 출간되면서 장서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귀스타브…’는 왼쪽 페이지에는 구약·신약 성경의 구절이, 오른쪽엔 관련 장면이 그려진 목판화가 인쇄돼 있다. 판화 241점은 극명한 명암 대비와 인물의 역동적인 제스처가 특징이다. 강렬한 인상은 시원한 크기의 도판으로 극대화된다. 책 제작에는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는 ‘문캔 프린트크림 115g’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출간한 이탈리아 요리책 ‘실버 스푼’(세미콜론)도 1504쪽에 두께는 68mm, 무게는 3.2kg이 넘는다. 9만9000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지금까지 3000부 이상 팔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선명한 요리 사진이 식욕을 자극하는데, 뒷장의 사진이 비쳐 보이지 않는 재질의 종이를 사용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탈리아 요리가 거의 모두 담겨 있다고 할 만한 ‘바이블’ 같은 책”이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라 내다보긴 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빠르게 2쇄를 찍었다”고 말했다.
‘크고 두꺼운 책’을 만들려면 그만큼 노력도 많이 들어가기 마련. 2015년 7월 첫 권이 나온 뒤 최근 4권으로 완간한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시공사·각 권 8만 원)은 모두 합치면 4024쪽에 이른다. 5명이 나눠 번역했는데 한 권을 옮기는 데 3년이 걸리기도 했다. 번역 뒤 편집에만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엄청난 두께에도 반응은 꾸준하다. 1∼3권 모두 중쇄(重刷)했고, 1권은 5쇄가 나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