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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환자, 갑상샘암 잘 걸리고 간암은 덜 생긴다”

입력 | 2018-07-26 03:00:00

특정 암에 취약한 탈모 관리법은?




서울성모병원 이지현 피부과 교수가 모발 확대경을 통해 환자의 탈모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그는 “탈모 환자들을 진료할 때 특정 암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5년 전 갑자기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병원을 찾은 김모 씨(50). 검사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진단을 받았다. 당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김 씨는 최근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에서 목 부위에 혹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갑상샘(선)암이었다. 원형탈모에 이은 갑상샘암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국내 의료진이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탈모와 암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탈모가 있는 환자는 갑상샘암에 걸릴 확률이 탈모가 없는 환자에 비해 17∼33%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울성모병원 이지현 피부과 교수 팀이 2007∼2014년 원형탈모, 전두탈모, 전신탈모 환자 66만86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원형탈모는 두피에 둥글게 탈모가 생기는 경우다. 원형탈모가 심해 두피의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전두탈모, 전신의 모든 모발이 빠지는 것을 전신탈모라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스 리포트’ 최근호에 실렸다.

○ 탈모 환자가 잘 생기는 암 vs 덜 생기는 암

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탈모 환자에게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암은 갑상샘암과 전립샘암, 방광암 등이다. 갑상샘암의 경우 전두 또는 전신탈모 환자가 탈모가 없는 사람에 비해 발병 확률이 33% 더 높았다. 원형탈모군에선 갑상샘암 발병률이 17% 높게 나타났다. 전립샘암과 방광암의 경우 원형탈모 환자가 탈모 없는 사람에 비해 각각 26%, 22% 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탈모 환자에게서 덜 발견되는 암도 있었다. 간암의 경우 전두 또는 전신탈모군이 탈모가 없는 사람보다 24%나 덜 발병했다. 원형탈모가 있다면 자궁암은 16%, 대장암은 7%, 위암은 6% 발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환자가 왜 특정 암에 잘 걸릴까? 연구팀은 만성 염증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이 교수는 “염증이 원형탈모의 한 원인인데, 염증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특정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갑상샘암 환자에게서 잘 생기는 유전자 변이가 탈모 환자에게서도 나타나 유전자 변이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방광암과 전립샘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비타민D 수용체의 유전자 변이가 원형탈모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며 “최근 원형탈모 환자들이 비타민D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타민D 결핍이 탈모와 방광암, 전립샘암 발병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탈모 환자에게서 특정 암의 발병 확률이 낮은 것을 두고는 아직 뚜렷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의 문제가 원형탈모를 유발하는데, 이런 면역반응이 한편으론 특정 암의 발병을 막아주는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 탈모 치료와 폭염 속 예방은

대부분 원형탈모증은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대개 3개월 정도 지켜본다. 이후 여전히 심하면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제제 처방을 받는다. 전두탈모의 경우 면역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좋다.

탈모의 ‘주적’은 각종 스트레스다.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도 탈모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피지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해 모낭이 손상되기 쉽다. 평소 자외선 차단을 위해 탈모가 있는 환자는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를 사용하는 게 좋다. 선크림을 머리 부위에 직접 바르면 오히려 모낭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 비타민D 결핍이 원형탈모와 방광암, 전립샘암 등과 연관이 있는 만큼 평소 비타민D 섭취를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계란 노른자나 우유 또는 고등어나 연어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다. 표고버섯에도 비타민D가 풍부하다. 하루 30분 정도 일광욕을 하거나 영양제, 주사제 등으로 보충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게 탈모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또 충분한 영양 섭취, 과도한 음주 피하기, 금연 등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