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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 피해 농가에 13조원 긴급지원

입력 | 2018-07-26 03:00:00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표밭 달래기
AFP “美국민 타격 처음 인정한것”… “다리 잘렸는데 金목발 준 꼴” 비난도
美-EU, 워싱턴서 車관세 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국고로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6200억 원)를 풀기로 한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AFP통신은 “공격적인 무역정책이 미국 스스로에게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는 것을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24일 콩 사탕수수 돼지고기 과일 등 중국과 유럽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은 농축산업 가계에 자금을 지원 혹은 대출해 주거나 농산물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긴급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농가 지원은 9월부터 지급이 시작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농가 지원 결정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표밭인 공화당 강세 농촌 지역의 반발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공화당 내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관세가 문제라면 해법은 농민 지원이 아니라 관세 철폐다”(랜드 폴 상원의원), “무역 전쟁이 농부들의 다리를 잘라갔는데 백악관은 ‘금으로 만든 목발’을 제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농부는 지기 위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와 경쟁해서 이기기를 원한다”(벤 세스 상원의원)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도둑맞고 있는 돼지저금통 신세라는 점을 기억하자”며 “무역에서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접해 온 다른 나라는 공정 무역을 하든지 아니면 관세를 맞게 될 것이다. 관세는 최고로 훌륭한 것”이라며 관세 전쟁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워싱턴에서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제2라운드 관세 전쟁인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를 두고 담판을 벌이기 하루 전날 발표된 이번 조치는 장기적인 관세 전쟁을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올 4월 미국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여주지 않을 경우 수입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기겠다는 2차 공격을 예고해 왔다. 트럼프는 이달 23일에도 백악관에서 “나를 보러 수요일에 그들(EU)이 오고 있다. 나는 일이 잘 풀릴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매년 우리에게 자동차 수백만 대를 보내는 그들에게 뭔가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EU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때보다 8배가 넘는 타격을 받게 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엄청난 보복 관세가 예고돼 있다. 미국 농가를 비롯한 산업에 또 한 번 타격이 불가피하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29일 미 상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잠재적으로 2940억 달러(약 333조 원)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이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 일본 등 다른 국가를 포함해 복수 국가 간 무관세 무역협정을 맺자는 제안과 미국과 EU 양측이 자동차를 포함하는 산업 분야 관세에만 초점을 맞춘 제한된 자유무역협정을 맺자는 두 가지 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폴리티코 유럽이 전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는 거리가 멀어 돌파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