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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성민이 사건]“성민이 형, 동생 못 지켰다는 죄책감…아직도 트라우마”

입력 | 2018-07-26 09:20:00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최근 어린이집에서 영·유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난 2007년 발생한 이른바 ‘울산 성민이 사건’이 재조명 된 가운데, 서혜정 아동학대피해자협의회 대표는 26일 “지금 성민이 가족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아동학대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한 보호지원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서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동생이 사망까지 하게 된 현장을 지켜봤던) 형이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며 이 같이 말했다.

‘울산 성민이 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이성민 군(당시 23개월)이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성민 군의 아버지는 이혼 후 두 아들을 혼자 어렵게 키우다 생계를 위해 같은 해 2월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냈지만 이 중 둘째 성민 군이 3개월 뒤 주검이 돼 돌아왔다.

당시 사망한 성민 군의 얼굴과 몸에는 멍과 손톱자국 등 학대로 의심되는 수많은 상처들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직접적 사인은 ‘외부충격에 의한 소장파열로 인한 복막염’.  

성민 군의 폭행 피해 장면을 목격했다는 성민 군의 형인 B 군(당시 6세)은 원장의 남편이 동생의 두 팔을 잡고 양팔을 벌리게 한 뒤 복부를 찼고, 주먹으로 동생의 머리와 양볼 등을 때렸다고 증언했다.  

어린이집 원장과 그의 남편은 성민 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부검의와 법의학 박사들의 소견은 받아 들여 지지 않았고 성민 군 형의 진술도 증언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 부부는 성민 군이 피아노 위에서 놀다 떨어져 숨졌다고 주장했고, 당시 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 검찰이 기소한 상해치사죄 대신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이들을 처벌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일부 학대를 인정해 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원장 남편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이후 원장은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서 대표는 당시 동생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B 군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며,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B 군은 현재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고 서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그때 당시에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라든가 피해자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해주는 제도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치료라든가 이런 게 전혀,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성민이 형 같은 경우는 고등학생이다 보니 SNS(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도 다 할 수 있다. 이런 어린이집 사건이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꼭 성민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 재조명되고 있다”며 “성민이의 부검 사진이라든가 이런 게 모자이크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민이’라는 단어만 검색창에 쳐도 다시 떠돌고 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자기 동생을 본인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되게 많이 힘들어하고, 정상적인 밝은 학생의 모습은 사실상 없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서 대표는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법에서 분리가 돼서 아동학대피해자 보호지원법이 새롭게 마련되어져야 한다”며 “그 커다란 범주 안에 피해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라든가. 심리치료가 사실상 단발적으로 끝나고 있다. 최장 6개월이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끝내고 있다. 6개월 이상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다음에 집중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심리치료사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고급 심리치료사를 고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대부분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이라든가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사건 피해 가족들은 본인 돈으로 치료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범죄피해자 보호지원법과는 별개로 아동학대피해자 보호지원법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국회에서는 여기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법안 발의조차도 지금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정부, 언론은 호들갑은 떨지만 사실상 금방 잊혀져버린다. 그러면 온전히 피해 가족이 평생 극복해야 할 개인의 문제로밖에 안 된다”면서 “이번에 성민이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지만 이런 것에 치우치기보다는 보건복지부나 아니면 국회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 이런 것들에 좀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회 그리고 국민이 정말 한 마음으로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국민인식 전환운동이 지금 시급하다. 더불어 체벌금지 캠페인과 올바른 훈육에 대한 부모 교육, 이건 정부가 결국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아동학대 범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반드시 끊고 가야만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 성민이 사건’과 관련해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5일 참여자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참모나 관련 부처 책임자는 한 달 내 참여자가 20만 명이 넘는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