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망빙.’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대표 메뉴가 있다. 여름만 되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플망고빙수’의 약자 애망빙 후기가 쏟아진다.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는 비싼 제주산 애플망고를 풍성하게 쌓아 올려 여성 2~3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과 품격 있는 비주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망고빙수는 제주신라호텔과 서울신라호텔 1층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에서 만날 수 있다. 매번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망고 당도가 가장 올라가는 기간을 골라 판매하기 때문에 한정된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지난 2008년 로컬 식자재 발굴 일환으로 제주도 애플망고 생산량의 총 80% 이상을 구입해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를 첫 선보였다. 제주산 애플망고의 독특한 매력과 품질 때문일까. 제주에서 애플망고빙수의 맛을 본 이들이 서울에서도 먹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객들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자 2011년 서울신라호텔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라호텔 직원들의 ‘망존심’으로 지켜낸 애망빙
올해 초 애망빙이 원가 문제로 없어질 뻔 했다. 애플망고는 저렴한 과일이 아니다. 과실이 무거워지면 가지가 꺾이지 않게 집게로 일일이 고정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며 키우는 데 돈도 많이 든다.
하우스 안을 연중 내내 열대기후처럼 데우기 위해선 유류비도 많이 들어간다. 3300㎡(1000평) 하우스를 적정온도인 20~25도로 유지하려면 면세유를 이용한다 해도 겨울 동안 연료비가 매달 1000여만 원이 든다.
서울신라호텔에선 지난달 1일부터 애망빙 한 그릇을 5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흔히 외식업계에서 ‘333’법칙을 말한다. 음식 가격에서 30%는 식재료비, 30%는 인건비, 30%는 임대료이며 나머지 10%는 수익이다. 애망빙 한 그릇엔 망고 한 개 반 가량이 들어간다.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 식료품 코너에선 제주산 애플망고 1수에 특상품 기준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 직접 만드는 팥고물과 우유, 아이스크림 등은 별도다.
애플망고 가격이 해마다 올라 올해는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었다. 여름 디저트를 기획하면서 아예 없애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자 직원들은 ‘애플망고빙수 출시를 기다리는 고객을 저버릴 수 없다’ ‘가격이 비싸고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시그니처 메뉴를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나섰다. 직원들이 신라호텔 망고빙수에 갖고 있는 자존심과 자부심, ‘망존심’은 대단했다.
애망빙은 서울신라호텔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평일 기준 150~200그릇, 주말 200~250그릇이 팔리고 있는 시그니처 메뉴다.
○애망빙을 지켜낸 ‘가격연동제’
직원들의 망존심과 고객들의 기대에 신라호텔은 고심을 거듭한 결과, ‘가격연동제’ 도입을 결정했다. 망고 가격과 빙수 가격을 연동하기로 한 것이다. 제주신라호텔에선 지난 3월 말부터 애망빙을 5만7000원에 판매하다가 4월 20일부터는 5만20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본격적인 출하 시즌엔 망고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서울신라호텔에선 지난달 1일부터 5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제주와 서울 두 곳 모두 다음달 31일까지 애망빙을 만나볼 수 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