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로봇 분야에서 꾸준히 자체 역량을 키워 나가면서도 외부와의 협력을 지속 강화하는 등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로봇 사업이 향후 강력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은 센서,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핵심기술을 필요로 하는 융·복합 분야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부터 TV, 모바일,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영역에 대해 연구·개발, 제조, 판매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역량까지도 내재화하고 있어 로봇 사업을 육성해 나가는 데에 유리하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부터 CTO(Chief Technology Officer)산하에 로봇선행연구소와 인공지능연구소를 각각 신설했다. 이 두 연구소가 CTO 산하 조직으로 신설된 것은 LG전자가 개별 사업본부 단위가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관련 역량과 핵심기술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 두 연구소는 ‘클라우드센터’와 H&A사업본부에 속한 ‘H&A스마트솔루션 사업담당’ 등과 협력해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 H&A스마트솔루션사업담당은 인공지능, IoT(Internet of Things), 로봇 등과 연관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 가정용에서 상업용까지 로봇 포트폴리오 확장
LG전자는 가전에서 축적해온 핵심 기술들을 결집해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 상업용 로봇인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의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을 각각 투입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호텔서비스 로봇, 카트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선보이며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를 런칭하기도 했다. ‘클로이’는 가정용 로봇에서 상업용 서비스로봇까지를 총칭하는 LG전자의 로봇 브랜드로 ‘똑똑하면서도(CLever & 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을 의미하는데, LG전자 서비스 로봇이 추구하는 이미지인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객과 교감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동반자’의 의미를 담았다.
LG전자가 2세대 로봇은 1세대에 비해 외관이 조금 커졌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외관은 보다 사람의 형상에 가까워 친숙한 느낌을 준다. 주행성능도 대폭 업그레이드됐는데,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의 성능이 높아진 것은 물론 출국장에 한정됐던 활동범위도 입, 출국장 모두로 늘어났다. 특히 음성인식의 정확도도 크게 높아져 공항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사용자의 말을 85% 이상 알아듣는 수준이다. 안내로봇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인식한다.
이 로봇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중앙 서버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공항 이용들에게 항공편 정보를 비롯해 탑승구, 편의 시설, 매장 등 총 1100여 개 시설의 위치를 안내한다. 고객들은 필요한 경우 공항 내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로봇의 에스코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도착지의 날씨, 여행정보나 공항 인근 대중교통 정보까지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8에서 서빙 로봇(Serving robot), 포터 로봇(Porter robot), 쇼핑 카트 로봇(Shopping cart robot) 등 신규 컨셉 로봇 3종을 공개했다.
서빙 로봇은 본체에서 선반이 나왔다 들어가는 슬라이딩 방식의 선반을 탑재했다. 룸 서비스를 원하는 호텔 투숙객이나 음료수가 필요한 공항 라운지 방문객들에게 24시간 내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터 로봇은 짐을 운반할 뿐 아니라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할 수 있다. 또 호텔 투숙객은 호텔 카운터를 방문할 필요 없이 로봇의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다.
쇼핑 카트 로봇은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유용하다.
고객이 로봇에 탑재된 바코드 리더기에 구입할 물건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로봇의 디스플레이는 카트에 담긴 물품 목록과 가격을 보여준다. 또 이 로봇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을 스마트폰에서 선택하면 해당 물품이 진열된 자리로 안내해준다.
LG전자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홈 분야와 연계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정용 로봇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8에서 가정용 허브 로봇인 클로이 홈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집안 곳곳에 위치한 미니(Mini) 로봇과 연결되어 사용자의 행동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파악,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고객들은 무선인터넷(Wi-fi)을 통해 집안의 TV,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은 물론 조명과 보안시스템까지 통합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로봇은 사용자 옆에서 동화를 들려주거나 음악을 틀어주고,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로봇 얼굴의 LCD 화면으로 웃음, 슬픔, 놀람 등의 감정을 표현하며 사용자와 감정을 교감한다.
LG전자는 최근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Robostar)의 지분 30%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LG전자는 로보스타가 실시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취득했다. 주식 수는 보통주 195만 주이며, 투자금액은 약 536억 원이다. 여기에 ‘로보스타’의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일부인 10%도 인수, 지분율 30%를 확보했다. LG전자는 내년 말까지 기존 경영진의 지분 3.4%를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또 LG전자는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에 3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LG전자가 해외 로봇업체에 투자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보사노바 로보틱스’는 2005년 설립됐고 로봇, 컴퓨터 비전(로봇에 시각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실시간 매장관리 로봇 및 솔루션을 개발, 미국과 캐나다의 유통망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3월 ‘아크릴’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를 취득했다. 주식 수는 보통주 33만 6000주이며, 투자금액은 약 10억 원이다.
2011년에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인식(Emotion Recognition)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이다. 아크릴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조나단(Jonathan)은 사용자의 질문에 지식에 기반한 단순 답변이 아닌 질문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알맞은 답을 해준다.
LG전자는 올 초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Robotis)의 지분 10.12%를 취득한 바 있다. 1999년에 설립된 로보티즈는 제어기, 센서모듈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모듈 관리 프로그램, 로봇 구동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로봇솔루션 및 교육용 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로보티즈는 로봇의 관절인 ‘엑추에이터(동력구동 장치)’를 독자 개발해 국내 기업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에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봇의 핵심부품인 ‘엑추에이터’는 로봇의 유연성을 높이고 활동반경을 넓게 해준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와도 기술협력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