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예비경선서 최종후보 확정
8월 25일 전대까지 본격 경쟁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왼쪽부터). 당 대표 후보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일정에 돌입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다음 달 25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본선 후보 3명이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가나다순)으로 결정됐다. 김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를 배경으로 컷오프를 통과했고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의원도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본선에 안착했다. 2년 전 컷오프에서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던 송영길 의원은 호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탈락하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가 먹혀들면서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송 의원이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 대표 후보 3명이 모두 친문 성향으로 채워진 것이다.
○ 송영길, 예상 깨고 ‘돌풍’
이날 예비경선에서는 총 선거인단 440명 중 405명이 투표에 참여해 후보 8명 가운데 본선에 나갈 3명을 골랐다. 당 규정에 따라 후보별 득표수와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송 의원이 당초 “3등 이내에만 들어도 다행”이라던 예상을 깨고 예비경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의원이 이처럼 돌풍을 일으킨 데는 ‘가장 강력한 표는 동정표’라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중앙위원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고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도 호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같은 당 후보들의 유세를 도운 일이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출마 선언은 박범계 의원이 제일 먼저 했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을 가장 오래한 사람은 송 의원”이라고 했다.
장고 끝에 예비경선 6일 전에야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의원도 순조롭게 본선에 안착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친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당 주변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이 의원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세 기간 동안 이 의원은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과 함께 따라다니는 강성 이미지를 떼 내려는 노력도 했다. 이날 투표 직전 연설에서도 ‘딱 한 표만 주십쇼’라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려 했다.
친문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온 김진표 의원도 컷오프를 통과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측근 ‘3철(양정철 이호철 전해철)’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은 게 컷오프 통과에 큰 힘이 됐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은 ‘경제 총선’이다. 경제를 살려야 당과 정권이 산다”고 호소한 것도 공감을 얻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2015년과 2016년 각각 당 대표 선거 본선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이인영 이종걸 의원은 이번에는 컷오프에 걸리며 체면을 구겼다. 이종걸 의원은 탈락 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 결국 친문 표심이 본선 최대 변수
다음 달 전대에서 치러지는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첫 번째 관심사는 송 의원의 ‘바람’이 이어질지다. 이해찬 김진표 의원의 지지층인 친노, 친문이 상당 부분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서로의 표를 갉아먹을 경우 송 의원이 ‘어부지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배경 중 하나도 친문 표가 나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선에선 아무래도 이 의원이 유리할 거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연조가 높아서 감히 ‘친문’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 실제로는 원조 친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반 당원들에게서 많은 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가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은 김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내며 행정 조정 능력을 보여줬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 3명이 모두 친문 내지 범친문 인사로 꾸려져 향후 당청 관계가 지금까지보다 긴밀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청와대와 호흡이 좋아지면 향후 정국에서 당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성진·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