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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컨베이어 벨트에 손 낀 7세 여아… 시민이 구했다

입력 | 2018-07-27 03:00:00

환승통로 가방 올려놓고가다 사고… 승객 20여명이 벨트 붙들고 구조
아이 엄마 “비상버튼 작동 안해” 코레일측 “기계적 결함 없어”




26일 7세 여아의 손이 끼는 사고가 일어난 서울역 환승통로 컨베이어 벨트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 벨트 하단에는 긴급 상황 시 벨트를 멈출 수 있는 비상 버튼이 설치돼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하철역 안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7세 여아의 손이 끼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낮 12시경 서울역 내 공항철도와 지하철 1호선을 잇는 환승통로에서 이모 양(7)의 오른손이 컨베이어 벨트 아래쪽 끝부분 틈에 빨려 들어갔다. 이 양은 손을 크게 다쳐 인대 손상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역 환승통로에는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여행용 가방 등 짐을 편리하게 옮길 수 있도록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던 이 양은 여행용 가방을 벨트에 올려놓고 계단을 내려가다 가방 손잡이를 놓쳤다. 손잡이를 다시 잡으려고 하다가 손을 헛짚으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고무 재질의 컨베이어 벨트와 철제 롤이 연결되는 지점에는 폭 1cm가량의 틈이 있어 어린이의 손이 낄 수 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 20여 명이 달려들어 일단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으로 붙들었다. 벨트가 멈춘 뒤에도 아이의 손이 빠지지 않자 쇠꼬챙이 등을 가져와 틈을 벌렸다. 한 남성이 가위로 벨트를 끊어낸 뒤에야 이 양은 겨우 손을 뺄 수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의 위아래 끝에는 ‘EMERGENCY(긴급)’라고 쓰인 빨간 비상 버튼이 각각 설치돼 있다. 이 양의 어머니 전모 씨(39)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시민들이 아래쪽 버튼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벨트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위쪽에 설치된 버튼을 발견한 시민이 누른 뒤에야 벨트가 멈췄다는 것이다.

다만 코레일은 점검 결과 비상 버튼에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비상 버튼을 누르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버튼이 풀리며 다시 작동하도록 돼 있다”며 “당황한 시민들이 버튼을 돌려서 벨트가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버튼 위에는 시계 방향으로 흰색 화살표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비상 상황에서 버튼을 눌러야 할지, 돌려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한유주 인턴기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