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곳곳서 ‘무더위 갈등’
‘띠리링.’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에어컨이 종료음을 내며 꺼졌다. 더위를 피해 공부하러 온 전모 씨(24·여)가 다시 에어컨 전원을 켰다. 하지만 잠시 뒤 에어컨에서 ‘띠리링’ 소리가 나면서 다시 꺼져버렸다.
알고 보니 추위를 느낀 열람실의 다른 이용자가 스마트폰 리모컨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에 앉은 채 몰래 에어컨을 끈 것이다. 일부 에어컨은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리모컨처럼 쓸 수 있다. 전 씨는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요즘 열람실에서 ‘띠리링’ 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안 그래도 더운데 정신 사납고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오피스텔과 원룸 등에서는 ‘담배 전쟁’이 벌어졌다.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는 ‘제발 집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덥다는 이유로 야외의 지정된 흡연 장소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거주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주민들은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담배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피해를 호소한다. 이 오피스텔 경비원은 “담배 민원이 속출하는데 어느 집 거주자가 ‘범인’인지 알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복도에 내놓은 쓰레기들이 쉽게 썩어 벌레가 늘고 냄새가 퍼지면서 ‘쓰레기 악취’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