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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삼호重·미포조선 탄력근무 합의…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있어

입력 | 2018-07-27 00:00:00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사가 앞으로 6개월 동안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됐지만, 노사 합의가 있으면 3개월 단위로 총근로시간을 맞추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법규에 따라 합의를 이룬 것이다.

조선업 중 시운전이나 긴급정비 등의 분야는 주 52시간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업종으로 꼽힌다. 시운전의 경우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기 직전 단기간에 업무가 집중되는 데다 수일에서 수십 일 동안 바다에 나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교대 근무도 어렵다.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고용도 쉽지 않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이유다. 조선업체들은 노조에도 탄력근무제 도입을 요청해 왔다.

그런데도 조선업 노조는 임금 감소가 우려된다며 탄력근무제 도입에 반대해 왔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회사 측이 특정 기간 초과한 근로시간에 대해 휴무를 제공하면 연장 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요 조선업체 노조들은 “일주일 단위로 52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모자라는 인력은 더 뽑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일감이 없어 인력 감축을 걱정하는 판인데, 탄력근무는 할 수 없으니 사람을 더 뽑으라는 주장이 과연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나.

민노총 금속노조위원장을 지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은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30여 년간 나름대로 정의라고 노동운동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정의가 아닌 게 있다”며 “민노총이 그동안 익숙했던 관행과 이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이기주의에 물든 대기업, 정규직 강성 노조에 현실을 직시하라며 울리는 경종이다. 미포조선 노조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곤두박질친 실적에도 여전히 파업을 일삼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다른 주요 조선업체 노조 집행부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