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찰 간부인사에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유임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의 유임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어제 “드루킹 부실 수사에 대한 보은이자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청장은 4월 16일 기자들에게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는 등의 말로 김 의원이 댓글 공작과 별로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다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특검이 최근 드루킹의 USB메모리 원본, 김 의원과 나눈 시그널 대화 원본 등을 확보한 것은 경찰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이 사건을 다뤘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 청장은 경찰대 1기로 23일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장보다 세 기수 선배다. 물론 경찰은 후배가 청장이 된다고 윗 기수가 다 옷을 벗는 문화가 강하지는 않지만 통상 경찰청장이 바뀌면 서울청장은 물러나는 게 관례였다. 그런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찰의 2인자이며, 12만 경찰 중 4만 명을 지휘하는 최고 실세 자리를 보전한 것은 청와대의 신임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 청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당시 상황실 행정관이었고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부실수사로 드루킹 특검의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경찰 핵심요직에 그대로 둔 것이 경찰을 비롯해 검찰 등 권력기관에 그릇된 신호를 던질까 우려된다. 권력기관 자리의 명운이 전적으로 정권의 신임 여하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줄서기와 충성 경쟁은 더욱 노골적이 되고, 정치적 중립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