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온열환자 2배로 늘자 서울시-자치구 긴급대책회의 정기적 가정 방문해 건강 체크…살수차 운행-무더위쉼터 확대
폭염경보가 이어진 26일 서울 관악구 관계자가 청룡동 연립주택 지하방에 혼자 사는 어르신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서울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청룡동 골목 끝, 김모 씨(83·여)가 사는 연립주택 지하방에는 최근 나흘간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었다. 최고 온도가 섭씨 35도까지 치솟은 폭염 속 나흘이었다.
26일 관악구 관계자는 수박과 선풍기를 들고 김 씨의 집을 찾았다. 빌라 입구에서 계단 8개를 내려가자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다. 문을 열자 신발을 놓는 타일바닥에 물기가 흥건했다. 현관이 욕실이자 보일러실이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두 평 반(약 8.3m²) 남짓한 방바닥 장판이 눅눅했다. 지상의 시멘트 바닥이 보이는 창문은 정확히 손 한 뼘 만큼만 열 수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김 씨는 “올해는 다른 해보다 유독 더워 힘든데 나흘 전 선풍기가 고장 나 애먹었다”며 구청 직원들의 방문을 반겼다. 김 씨는 요새 하루의 대부분을 연립주택 입구 그늘 계단에서 보낸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방 안의 열기와 습기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서다.
관악구에서는 이날 오전 9시 구청장부터 각 동장까지 참석한 긴급 폭염대책 회의가 열렸다. 지열을 낮추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 운행거리를 1일 평균 150km에서 200km로 늘리는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지는 폭염에 바빠진 것은 관악구뿐이 아니다. 중구는 24일 폭염 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65세 이상 홀몸노인과 폐지를 줍는 저소득계층 노인들의 안부를 묻는 한편 민간어린이집 한 곳에 최대 26만 원의 냉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동대문구는 무더위 그늘막 20여 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27일 폭염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 등을 열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폭염으로 5월 20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2명으로 지난해(52명)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도 이 기간에 1400여 명이 발생해 지난해(730여 명)의 약 두 배로 늘었다. 서울시는 26일 “2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각종 폭염 대책을 담은 자료를 발표했다.
시는 폭염주의보가 폭염 경보로 격상된 16일부터 ‘폭염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있으며 1일 4∼6회였던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 밀집 지역 순찰을 5∼15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경로당, 복지회관, 주민센터 등 무더위쉼터 3250여 곳 중 427곳을 연장쉼터로 지정해 폭염 특보 발령 시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또 시는 다음 달 초까지 횡단보도 등에 그늘막 181개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