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원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
마침 바로 그날, 동료 교사가 서울은 교통수단이 뭐냐고 물었다. 파리와 비슷하다고 했더니 의외라는 듯, 지하철도 있냐고 되물었다. 태국 방콕처럼 툭툭이를 타고 다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년을 한 해 앞둔 프랑스어 교사였다.
프랑스에 살던 10년 동안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 속도와 세대 간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는 2015년 프랑스 최초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개설한 학교다. 이미 스페인어나 독일어가 개설돼 있었기 때문에 과연 몇 명이나 한국어를 선택할지, 처음에는 다들 기대를 별로 안 했었다. 학부모들이 반대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제2외국어(LV2)는 바칼로레아(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필수과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해부터 성공적으로 정착돼 3개 학급이 됐고, 스페인어나 독일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내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되었다. 케이팝에 빠진 딸 때문에 한국어 선택을 반대하던 안 로랑스의 어머니는 한국어 덕분에 딸이 사춘기를 잘 보내고 오히려 성적도 좋아졌다면서 학년 말에 감사의 뜻으로 초콜릿을 가져 왔다.
파리8대학에서는 교양과목으로 한국어를 개설했는데, 첫해부터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강의 수를 늘리고도 예비 수강신청 때 이미 정원이 넘어 버렸다. 왠지 동료 일본어 강사의 눈치가 보였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한류 때문에 한국을 알게 됐지만, 프랑스 젊은이들도 취업 문제가 심각해서인지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를 취업을 위한 언어의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케이팝에 대한 사랑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중학교 제자들이 민요와 서예를 할 줄 알게 됐고, 이제는 바칼로레아에서 한국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조언을 구한다. 진로에 한국과 한국어가 영향을 미치는 학생들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을 그렇게 목격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부자 나라인 줄 알았던 프랑스 중학생 엔조의 꿈은 한국의 페이커처럼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고, 아뎀의 꿈은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 가보는 것이다.
임정원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