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성당 종지기인 콰지모도는 추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국내에서도 누적관객 100만 명을 넘긴 대형 히트작이다. 15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그려낸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극심한 빈부격차와 교회의 타락, 지배계급의 위선과 대비되는 종지기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낸다. 올해는 한국어버전 공연 ‘10주년’을 맞이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대성당의 시대’가 울려 퍼지며 웅장하게 문을 연 무대는 원작의 명성대로 현대무용과 애크러배틱 등 앙상블의 고난도 안무가 몰아치며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술성을 강조한 안무, 비장미 넘치는 무대와 상징적인 조명 등은 극 초반부터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스타일과는 구별되는 프랑스 뮤지컬만의 특색을 뚜렷이 내보인다.
대사나 배경설명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작품이라 줄거리를 미리 숙지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1막 구성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서사와 캐릭터의 윤곽이 뚜렷해진 2막부터는 몰입도가 몇 배 높아진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성당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 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세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하지만 진실한 사랑은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추한 외모의 꼽추 콰지모도뿐이다. 그녀를 욕망했던 프롤로나 페뷔스 모두 그들의 입지와 탐욕을 위해 그녀를 잔인하게 희생시켜 버린다. 에스메랄다가 희생된 뒤 콰지모도가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같은 넘버의 깊은 울림이 불의한 사회, 부패한 지배계층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절정에 달하는 이유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