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62)의 정치적 스승이자 진보진영 원로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86)은 27일 노 의원의 발인을 앞두고 “진보 정치, 변혁 정치의 기둥으로 성장해 가던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빼앗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백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골목을 지나가다가 벽돌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원통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백 소장은 25일 불편한 몸에도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노 의원의 빈소에 도착했다. 흰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백 소장은 노 의원의 영정을 보고 “일어나야지”라는 말을 거듭했고, 이에 상주를 맡은 정의당 의원들과 유족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촌철살인’의 대가로 알려진 노 의원에 대해 “(첫 만남은)1987년도일 거다. 노 의원이 말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다르다. 신문, 방송에서 그렇게 말을 하는 거고 내가 볼 때 노회찬이라고 하는 젊은이는 자기 말하는 것보다도 남의 말을 듣던 사람”이라며 “자기 말을, 자기 뜻을 늘 관철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하고 남의 뜻하고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했던 젊은이였다. 가능성을 한없이 지녔던 젊은이”라고 회상했다.
또 “노회찬 동지는 이 썩어 문드러진 현대의 문명을 고치고자 변혁의 물살에 뛰어들었다. 오로지 눈물과 땀과 결의라고 하는 한 방울의 이슬만 갖고 뛰어들었던 분”이라며 “그분이 썩어 문드러진 이 현대 문명을 깨부수려고 하다가 도리어 뛰어드는데 그렇지만 나는 우리 노회찬 동지가 결코 죽었다고 생각 안 한다. 지금도 한 방울 이슬이 돼서 거대한 변혁의 물살에 앞장서서 굽이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과의 마지막 만남에 대해선 “내가 아프다고 그럴 때(만났다.) 얼마 안 됐다”며 “마지막 대화는 세상 얘기였다. 한반도에 천하를 가져오려고 하면 민생이 나아지도록 해야 된다, 정치 형태로서 누가 누구를 만나고 이런 것 가지고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 의견이 일치가 되고 그랬었다”면서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백 소장은 “노회찬 동지를 지금 땅에 묻는다 그러는데, 사람의 목숨이 끝났으니까 묻기는 묻어야겠지만 진짜 묻어야 할 건 노회찬 동지의 시체가 아니다”라며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신차려야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지난 23일 별세한 노 의원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엄수된다. 오전 9시 발인에 이어 10시에 시작하는 영결식에서는 국회장(葬)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영결사 후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금속노동자 김호규 씨가 조사를 낭독한다.
이후 노 의원의 생전 영상이 상영되고, 노 의원의 큰 조카 노선덕 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한다. 영결식이 끝나면 고인은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