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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희정에 징역 4년 구형, “수행비서 취약성 이용한 중대범죄”

입력 | 2018-07-27 15:16:00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 대해 27일 검찰이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한 중대범죄”라며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또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이수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지녔고 (피해자)김지은 씨는 불안정한 위치였다”며 “(김 씨가) 을의 위치에 있는 점을 악용해 업무지시를 가장해 불러들이거나 업무상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기화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정무조직의 특수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고 권력자 의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력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너뜨리면 범죄다. 위력은 사회·정치·경제적 권세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반성의 빛이 전혀 없고 계속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했다”며 “증인을 통한 허위 주장이나 김씨의 행실을 문제 삼아 또 상처를 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33)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맥주나 담배 심부름 명목으로 김 씨를 부른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스위스 출장지와 서울에서 김 씨를 호텔방으로 불러 “나를 안게” 등의 말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김 씨는 응하지 않거나 여러 번 거절의사를 나타냈지만 안 전 지사는 강제로 김 씨의 몸을 만지며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는 KTX 내부나 관용 차량 등에서도 김 씨의 동의 없이 입을 맞추거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김 씨는 “이 사건 본질은 피고인(안 전 지사)이 내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한 것”이라며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에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나 혼자 입 닫으면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나 하나만 사라진다면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을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며 “자책도 후회도 원망도 했다. 밤에 한강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고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김 씨는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으로 몰아갔다.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런 성실과 열의를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평판조회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지사 말 한마디로 직장을 못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며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를 향해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제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마땅히 벌을 받으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호소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