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쁜 젊은 날’ 진회숙 인터뷰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저자 진회숙 씨는 “1970년대는 형사들이 대학교 과 사무실에서 학생 동향을 감시하고, 군인들이 데모한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팔다리가 부러지도록 두드려 패던 시절이었다”며 “나는 투쟁적이었던 사람이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당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젊은 날의 추억을 잠시 떠올리는 일은 감미롭다. 그러나 젊은 날의 고통과 방황과 어리석음을 세세하게 끄집어내어 천천히 곱씹고 되새김질하는 일은 예상치 못한 통증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도 않고,…들려주었다. 상처로 얼룩졌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신간 ‘우리 기쁜 젊은 날’(삼인·1만5000원) 뒤표지에 쓰인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의 추천사다. 7월 초 쯤 썼을 테니 아마 그가 남긴 마지막 책 추천사일 것이다. 자신과 1956년생 동갑내기 저자가 쓴 197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의 이야기를 읽으며 노 의원은 어떤 소회에 빠져들었을까.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25일 만난 저자 진회숙 씨(62)는 노 의원 빈소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진 씨는 1988년 월간 ‘객석’에서 음악평론가로 등단해 평론과 칼럼을 썼고, KBS와 MBC에서 음악 프로그램 작가와 진행자로 일했다. 음악 관련 저서 10여 권을 내기도 했다. 이번 책은 대학시절 이야기다.
책에는 1975년 이화여대 성악과에 입학한 새내기가 ‘전환 시대의 논리’(리영희), ‘피압박자를 위한 교육’(파울로 프레이리)을 읽고 충격을 받고, 우연한 기회에 영등포 도시산업선교회의 야학 교사로 활동하게 되고, 학교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수배 중인 친구나 후배를 숨겨 주고, 김민기의 노래굿 녹음에 참여하는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함께 야학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심재철 국회의원,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등 알만한 이들과의 일화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후일담 특유의 비장함이나 지나친 애틋함, 감상성이 보이지 않는 게 장점이다. 솔직담백한 문체가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는 무슨 투사도 아니었고, 용기도 없었고, 운동권의 주변에서 머물렀던 사람이에요. 내가 그 시절 이야기를 쓰는 건 열심히 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참고 있었지요. 그런데 ‘인생 3막’을 앞두니 글쟁이로서 젊은 날을 돌아본 글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을 누르기가 어렵더군요.”
‘80년대 후일담’은 많았지만 앞선 70년대를 조명한 책은 별로 없다.
“우리 대학 시절에는 운동권이 극히 일부였는데, 80년대에는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요. 한데 전체주의적인 멘탈리티나 조폭 같은 위계질서가 느껴지기도 했고, 소영웅주의적인 행태도 있었어요. 86세대의 역사적 공은 인정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저하고 안 맞는 점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래요.”
진 씨는 자식 세대들이 엄마 아빠 세대도 젊은 시절 웃음과 울음이 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