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제프리 웨스트 지음/이한음 옮김/664쪽·3만 원·김영사
제목(SCALE)은 ‘규모’라는 뜻이다. 복잡계의 규칙은 규모에 달려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비교적 익숙한 규모에 관한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파국을 피하려면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
이는 ‘왜 개미는 코끼리처럼 커질 수 없는가’와 비슷한 문제다. 개미가 커질 때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부피)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데 비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다리의 단면적은 제곱에 비례해서 넓어진다. 결국 코끼리만 한 개미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다. 사실 이는 400여 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논증한 것과 같다.
책에 따르면 도시 역시 규모에 따른 규칙이 있다.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늘면 주유소 수는 100%가 아니라 85%만 증가한다. 도로, 전선, 수도, 가스관의 총길이 등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한편 독감 환자 수, 범죄 건수, 환경오염 같은 지표는 115% 증가한다고 한다. 도시가 커지면 일부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도록 만드는 압력도 더욱 거세지는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