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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근대 역사를 품은 동네 골목길 산책

입력 | 2018-07-28 03:00:00

◇골목길 역사산책: 개항도시편/최석호 지음/400쪽·1만6000원·시루




도시의 화려한 외양 뒤 숨겨진 민낯을 골목은 알고 있다. 부산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가면 이 학교 출신 나훈아, 이경규, 박칼린이 태어난 집을 표시한 지도가 있다. 그것을 보면 이들이 골목길에서 살았을 평범한 일상이 떠오르며 왠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골목길은 이처럼 솔직한 사람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작은 볼거리부터 골목길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오래된 건물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거제도에서 최초로 멸치어장을 개척한 집안에서 태어나 웅변대회에서 외무부 장관상을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바보처럼’ 돌본 장기려 선생, 구설수에 오른 의료인이 버리고 간 병원을 탈바꿈시켜 만든 디자인 카페와 동네 터줏대감 맛집까지. 골목길은 거대한 역사와 소소한 역사를 아우른다.

1권 ‘서울편’이 조선 건국부터 대한민국정부 수립까지 골목에 담긴 우리 역사를 정리했다면, 이번 편은 근대의 중심지이자 한국 기독교의 시작이 된 5개 개항 도시를 찾았다. 부산 개항장 소통길, 인천 개항장 평화길, 광주 양림동 근대길, 전남 순천시 꽃길과 목포시 생명길이 그 주인공이다.

각 장 말미에는 간추린 골목길 이야기와 지도를 수록해 소개한 내용을 따라 골목길을 걸어볼 수 있다. 셀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순간에만 소비되고 마는 산책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을 깊이 맛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