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의 선원장급 수좌 20여 명이 2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참회의 108배를 올렸다. 수좌들이 산사에서 집중 수행해야 하는 하안거(夏安居) 시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조계종에 폭행과 도박, 은처자(隱妻子), 절도, 성폭력, 공금 횡령, 룸살롱 출입 등 일반 사람들조차 입에 담기 어려운 범계(犯戒)와 범죄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이 산문(山門)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지금 조계종은 누란의 위기다. 1994년 종단 개혁에 참여했던 원로 설조 스님은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하고 있다. 오늘로 39일째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도움으로 종단 수장에 오른 설정 스님은 지난해 선거 때부터 은처자 시비에 휩싸였다. 설정 원장의 자녀를 출산했다고 주장하는 김모 씨의 20여 년 전 녹취록과 이를 부인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자승 전 원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종권(宗權) 재창출을 위해 그런 허물에도 불구하고 설정 스님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